원화강세로 원ㆍ달러 환율이 수직 하락하면서 특히 중국, 대만과 경합하는 수출업종에 비상이 걸렸다.원화 환율은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는 반면, 대만 중국의 경우 환율은 거의 움직이지 않아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외환은행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은 20일 15개월만에 최저치인 1,253.60원에 거래를 마쳐 연말(1,313.50원)대비 4.6% 하락했다.
당국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달러약세 용인과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당분간 추세반전은 힘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1,250원, 장기적으론 1,200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의 위안화는 관리변동 환율제도이나 사실상 고정 환율로 움직여 최근 몇 년간 1달러 당 8.27~8.28위안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작년 연말 달러에 대해 35.05대만달러를 기록한 뒤 안정된 흐름을 유지, 20일에는 연말보다 불과 1.9% 하락한 34.36대만달러에 거래됐다.
다행히 일본 엔화는 원화와 비슷한 하락률을 보여 큰 지장이 없으나 중국 대만과 비교해서는 수출단가가 높아지고, 수출채산성도 악화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시장에서 중국은 각각 한국의 4대, 2대 경쟁국이고, 중국시장에선 대만이 일본에 이어 2대 경쟁국이다.
무역협회가 최근 기업들을 상대로 환율 모니터링을 한 결과, 해외 바이어들은 상품가격이 5% 오르면 비싸다고 인식하고, 10% 이상 오르면 수입선을 바꿀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 양평섭 박사는 “바이어들의 수입선 대체가 어느 선에서 이뤄질지는 알 수 없으나 가격이 10%이상 오르면 위험에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는 최근 바이어가 환율이 더 하락하면 한국산보다 10%이상 싼 대만쪽으로 수입선을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받았다.
당장 환율쇼크로 인해 가격지배력이 약한 경공업 분야와 완제품 수출산업이 중국상품에 더욱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만에는 전자, 전자부품, 경공업에서 불리해졌다.
또 지난해 수출 182억달러로 한국의 2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수출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한국은 일본 대만과 경합이 치열해 상대적으로 대만에 뒤쳐질 수 있고, 중국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수출의 부가가치가 떨어져 수익이 악화할 수 있다. 주로 원자재와 반도체 등이 대상이다.
최근 붐을 이룬 중국진출도 원화강세로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ㆍ부자재를 국내에서 중국에 가져다 가공해 수출하는 한국기업들이 수입비용 증가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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