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가장 불행한 동물로는 나그네비둘기가 꼽힌다.나그네비둘기는 1870년대만 해도 미국 위스콘신 중동부에서만 무려 1억3,600만 마리가 살았다. 그러나 남획으로 고작 30여년 후인 1914년 마지막 한 마리가 신시네티 동물원에서 죽은 뒤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인간에 의한 무자비한 야생 동물의 살생이 자행되면서 160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486종의 동물이 멸종됐고 현재도 3,565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국내 야생동물의 서식밀도와 분포조사 결과를 보면 수십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야생동물을 직접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 수 있다.
■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달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대표적인 야생동물 수달. 포유동물로는 특이하게 물 속 활동이 쉽도록 네 발에 물갈퀴가 있고 몸이 유선형이다. 성격이 난폭하다지만 귀여운 생김새에 장난을 좋아한다. 과거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했으나 한때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중반이후 서식 장소들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그러나 국립환경연구원이 수달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천들을 조사했으나 절반 이상 지역에서 이미 수달이 멸종됐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충남 청양군 지천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20㎞ 구간에서 생태계가 보존돼 수달 7~8마리가 살고 있는 최상의 서식지로 확인됐으나 댐 건설이 예정돼 있어 보호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립환경연구원측은 “하천 오염과 개발로 수달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으며 확인된 수달들도 소수 몇 마리가 고립된 상태로 살면서 근친교배에 의해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어 급격한 속도로 멸종돼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 물범 보호대책도 시급
이번 조사에서 백령도 인근 물범바위에서 사계절에 걸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물범은 이곳에서 더 이상 번식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령도 물범은 동중국해 보해의 리아오동만에서 1,2월 번식한 뒤 초봄에서 여름까지 먹이자원이 풍부한 백령도 인근으로 남하했다가 다시 떠나는 것으로 확인된 것.
대략 300~500마리가 백령도를 찾고 있는데 인근 해역에서 어민들의 어로행위가 잦은 점과 개체수 등을 감안할 때 보호동물에서 멸종위기동물로 지정해 적극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제주 포유동물 멸종 위기
지난해 국내에서 관찰된 포유동물은 24개종 1,538마리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산악지형이 많은 경북지역에서 19종이 관찰돼 가장 종류가 많았고 제주도는 5종으로 가장 적었다.
국립환경연구원측은 특히 제주도에서 서식하는 포유동물은 박쥐를 포함해 10여종 내외로 서식지 파괴와 남획에 의해 이입되는 종이 없고 지속적으로 멸종돼 가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렵동물들의 서식 밀도를 조사한 결과, 99년에 비해 꿩ㆍ쇠오리ㆍ어치는 각 1.7~7.3% 증가했으나 멧비둘기ㆍ참새ㆍ흰뺨검둥오리ㆍ청둥오리ㆍ까치는 0.3~33.2% 감소했다.
환경부가 고시한 멸종위기 조류 13종 가운데서도 노랑부리저어새ㆍ저어새ㆍ흰꼬리수리 등 5종만 관찰됐을 뿐 그 흔하던 황새ㆍ 두루미ㆍ노랑부리백로ㆍ크낙새 등 8종은 아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국립환경연구원 야생동물과 관계자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철저한 밀렵과 남획 감시는 물론 적절한 서식지 보존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