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5월22일 재일교포 소설가 이양지가 37세로 작고했다. 야마나시현(山梨縣)에서 태어난 이양지는 와세다(早稻田)대학을 중퇴하고 25세때인 1980년 처음 한국에 왔다. 서울대 국문학과에 다니다가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나비타령’과 ‘잠녀(潛女)’를 잇따라 발표하며 일본 문단에 데뷔했다.1984년 서울대에 복학해 졸업한 뒤 이화여대 무용학과 대학원에 입학했고, 재학 중에 발표한 ‘유희(由熙)’로 1989년 제100회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수상했다.
서울로 유학 온 재일교포 여학생 유희의 심리적 갈등을 하숙집 주인 딸 ‘나’의 눈으로 그린 ‘유희’에는 이양지 자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양지는 이화여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 장편 ‘돌의 소리’를 집필하던 중에 심근경색으로 죽었다.
이양지의 작품이 대체로 뿌리뽑힌 재일 한국인의 고뇌로 침울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예컨대 초기 작품인 ‘잠녀’에서는 결손 가정과 일본 사회의 정서적 억압에 시달리다 젊은 나이에 파멸하는 재일 한국인 ‘그녀’의 고뇌가 의붓동생 게이코의 눈을 통해 축축하게 그려진다.
아쿠타가와상은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를 기려 분게이슌주사(文藝春秋社)가 1935년부터 운영하는 신인작가상이다.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시상한다. 재일 한국인 작가로서는 66회(1972) 수상자인 이회성(李恢成: 수상작 ‘다듬이질하는 여인’)을 비롯해 이양지, 116회(1997)의 유미리(柳美里: 수상작 ‘가족시네마’), 122회(2000)의 현월(玄月: 수상작 ‘그늘의 집’)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1940년에는 김사량(金史良)의 ‘빛 속에’가 이 상의 최종 후보작으로 뽑힌 바 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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