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노자 이야기'란 연극을 관람했다.'노자'하면 중국의 도가(道家) 창시자를 생각하게 되는데 실은 그 노자가 아니라 '노숙자'란 말을 줄인 '노자', 다시 말해 노숙자들의 아픔과 현실을 그린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 "오늘은 취직하여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라는 가슴 찡한 대사가 나온다. 사실 노숙자들이 어떤 평가를 받든 그들 마음 한 켠에는 가정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이 쌓여 있다.
절망감에 빠진 노숙자들이 자살 직전에 부모형제나 처자식 때문에 마음을 돌린 경우가 허다하다.
가정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더욱이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겉돌고 가정은 파괴되고 노숙자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서울시는 월드컵을 앞두고 노숙자들을 구걸행위와 통행방해 행위 등을 이유로 지방으로 집단 특별연수교육을 보내려 하기도 했다.
또 6·13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정치권에서조차 득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탓인지 노숙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단체를 안중에 두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노숙자가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등으로 자꾸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정의 위기에 대한 대책과 배려, 가정 살리기 행사가 별로 없다.
사회 분위기는 이들을 알코올 중독자, 낙오자, 범법자로 보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립해 가정을 복원하고 사회에 복귀하는 이가 적지 않다. '열심히 산 사람으로 인정'을 받아 지난 2월 청와대로 초청을 받은 이도 있다.
우리 사회가 따뜻한 눈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면 그들은 다시 우리의 정겨운 이웃으로 다가올 수 있다.
성경을 보면 가정은 '기다림의 연속'이다.(누가복음15장 20절) '기다리는 아비의 심정으로' 노숙자들이 인생의 포기자가 되지 않도록 희망을 주는 '신(新) 노자 정책'이 가정의 달 5월에 수립되기를 갈망한다.
/허기복 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www.homeless.or.kr)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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