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선진국에서도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특별검사제를 채용한 것도 정치적 외풍을 막고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였다.제도적으로 '검사 동일체의 원칙' 하에서 움직이는 독일 검찰의 경우도 검사의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하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검사의 상사에 대한 복종 의무와 보고 의무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이러한 독일 검찰의 정치적 위상에 대하여 독일 일간지 '쥐드 도이체 자이퉁'은 "정치의 새장에 갇힌 사법"이라고 묘사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도쿄(東)지검 특수부가 마치 정치와 담을 쌓고 있는 것처럼, 전설같이 회자되지만 과연 언제나 그러한 지는 의문이다.
대통령 아들의 비리 연루 수사로 인하여 우리 검찰의 역할이 다시 세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일부 언론에서는 민주당에 대하여 '검찰 흔들기를 중단하라'는 강력한 주문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대통령 아들과 연계돼 있는 최규선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민주당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의 진행 상황을 볼 때 일단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특히 최규선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20만 달러 수수의혹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적 의혹을 수사하고 그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
과거에 검찰이 의혹만으로는 수사를 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의혹이 있는 곳에 비리의 개연성은 높다. 특히 지방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그야말로 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그 동안의 검찰 불신을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욕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보다는 여권을 향한 수사 방향의 설정이 대국민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부에서의 추측일 뿐이고 억측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치권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여러 가지 주문을 하는 것은 정치적 주장이기에 앞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한국의 검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제도적·구조적인 것도 있지만 일부 검사들의 의식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 내부에서도 간헐적으로 주장되고 있듯이 일부 검사들의 지나친 정치 지향적 의식에 문제가 더 많은 것이다.
모든 것이 일류와 이류로 분류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속에서 소위 ‘요직’에 배치되어 출세가도를 달리고 싶은 인간적 욕망을 억누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검찰 고위직에 오를수록 정치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검사로서의 야망을 달성하고 싶은 경향성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우리 검찰의 문제는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검찰은 다시 정치적 판단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만일 검찰이 불신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의도가 곧 정치적 판단의 위험성에 빠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의 공세를 외면하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에만 매달리는 검찰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늘의 검찰이 가야 할 길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제도적으로 완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도전받는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정치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즐겨 표현하고 있다. 검찰 조직 역시 환경과 주변 여건에 따라 변화와 자극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생물이다.
그러나 검찰은, 특히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검찰은 끊임없이 정치적 판단의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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