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달라졌다. 몇 차례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의 변신은 놀랄 만 했다.축구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한국 축구가 맞느냐"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덩치와 신장이 큰 유럽 팀을 만나면 주눅 들어 쩔쩔매고, 공을 어디로 보내야 할 지 몰라 당황하던 예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질적인 결점으로 지적되던 문전처리도 신속해졌고, 의표를 찌르는 중거리 슛의 적중력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팀의 체력만이 아니라 경기와 상대를 파악하는 눈과 머리까지 바꿔놓았다.
선수들은 어떤 위치를 선점해야 하는지, 동료가 공을 잡으면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 지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공격과 미드필더의 조화, 수비진의 조직력과 커버플레이는 선진 축구에 비해 그다지 손색이 없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게임을 즐기고, 능력을 극대화 하는 창조적인 축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새삼 사령탑인 감독의 중요성이 눈에 들어온다.
■리더의 결정과 의지가 조직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축구 감독의 게임운영과 최고경영자(CEO)의 기업경영은 닮은 꼴이다.
기업을 이끄는 CEO의 리더십과 감독의 팀 장악 능력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얘기다. 히딩크가 강조하는 체력과 스피드는 기업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영업능력 중시로 치환시킬 수 있다.
선수 선발 시 과거의 명성과 관계없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는 히딩크의 축구론은 학연과 지연을 배제하고 능력위주로 사원을 선발해야 한다는 경영론과 맥을 같이 한다.
■축구 선진국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컴팩트축구'로 불리는 토털사커를 구사하고 있다.
공격수와 수비수의 구분 없이 상대방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며 경기를 한다는 개념이다. 경영학에서 흔히 말하는 '국지적 경쟁우위'와 같은 말이다.
그러러면 체력은 기본이고 공격수와 수비수 모두 골을 넣거나 막는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을 지녀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론이다. 축구가 기업과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월드컵과 함께 히딩크 형 CEO의 탄생을 기다려 보자.
기자
cmlee@hk.co.kr
이창민논설위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