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프로야구에서 맹활약중인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세명의 타자를 잇따라 3구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33번밖에 없는 진귀한 기록이다. 3구삼진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쾌감을 모른다.나도 현역시절 볼카운트 2_0에서 3구삼진을 노려 상대타자를 돌려세운 적이 여러 번 있다. 아마 타자가 동점이나 리드당한 상황에서 홈런을 때리는 기분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자 편에서 보면 7할의 실패가 허용되고 투수편에서 보면 7할의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야구이다. 투수와 10번 대결해 3번밖에 안타를 때리지 못한 3할타자가 교타자로 여겨지는 걸 보면 야구는 투수에게 유리한 불공정 게임이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흔히 “투수들은 이기적이다”라고 말한다. 타자를 상대로 외롭게 게임을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기밖에 모르는 선수도 없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방심은 금물이다.” 지도자들이 투수들에게 귀가 닳도록 반복하는 말이다. 볼카운트 2_0이면 투수가 심리적으로 절대 유리하다.
적어도 유인구를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네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수들은 2-0에서 방심하다가 홈런을 맞거나 결정타를 허용하곤 한다. 잔뜩 긴장한 타자가 배수의 진을 치고 덤비기 때문이다.
경험 법칙중 하나. 불펜에서 컨디션이 좋으면 결과가 좋지 못했다. 누가 내 볼을 때릴 수 있겠느냐며 자만한 탓이었다.
반대로 컨디션이 썩 좋지않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는 데 오히려 완봉승을 따낸 적도 있다. 일구일구에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덕분이었다.
월드컵 개막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온 국민처럼 나도 한국의 16강 진출을 기원한다. 대사를 앞두고 선수들이 받는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도 현역시절 연고전이나 중학교때 동대문구장에 처음 등판했을 때 다리가 후들거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최근 여러 차례 평가전을 가지면서 대표선수들이 자신감에 차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돌이켜보면 자신감만큼 좋은 무기는 없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은 자칫 자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볼카운트 2_0에서 타자와 같은 절박한 처지가 될 수도 있고, 투수처럼 여유있는 입장에 설 수도 있다. 위기를 찬스로 만들고 찬스가 위기로 반전되는 것은 백지장 한장 차이다.
미국 프로야구의 강타자 로저 매리스는 “홈런은 행운이 아니라 연습의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대표선수들이 연습처럼 실전에 임한다면 16강의 염원을 담은 홈런을 터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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