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홍업(金弘業)씨 수사에 개입하려 한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청와대와 검찰간에 일촉즉발의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홍업씨의 친구 유진걸(柳進杰)씨에게 거짓진술 요청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가 ‘인권탄압’ 을 거론하며 은밀히 자신들의 뒷조사를 한데 대해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고, 청와대 역시 ‘외풍(外風)’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홍업씨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어, 수사가 더욱 급류를 탈 가능성이 커졌다.
■사건 전말
유씨는 김성환(金盛煥)서울음악방송 사장과 함께 홍업씨와 돈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 핵심 인물.
그러나 9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대통령 친인척 담당인 청와대 김현섭(金賢燮) 민정비서관은 11일 경찰출신인 청와대 박종이(朴鍾二) 과장을 병원으로 보내 검찰의 강압수사 여부를 조사했다.
김 비서관은 “박 과장이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구두보고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시 청와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기자회견을 하라”고 거짓진술을 요청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으나 김 비서관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 유씨측은 당시 박 과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해 둔 것으로 알려져 이 테이프가 새로운 뇌관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강압수사 여부도 실체가 불분명하다. 유씨의 변호인인 최영식(崔泳植) 변호사는 “검찰이 형인 유준걸(柳俊杰ㆍ평창종합건설 사장)을 살리려면 죄를 불어라는 식으로 허위자백을 강요했고 귀가를 막아 불법 감금을 했다”고 유씨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유씨의 부인은 이날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고, 검찰도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최 변호사는 민주당 당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에 이어 민주당까지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의 다지는 검찰
검찰은 이날 크게 술렁였다. 김 비서관은 “국가기관 불법행위 의혹확인은 민정수석실 고유업무”라는 논리로 피해가려 했으나 검찰은
청와대의 행보를 수사압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대검은 “기관과의 다툼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는 만큼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원칙과 정도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수사팀 내부에선 “그간 청와대로부터 직접적인 압박은 없었지만 이번 처럼 신경쓰이게 하는 것이 한두건이 아니다”, “여하튼 끝까지 해보자는 심정” 등등 노골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고위 검찰 간부 출신인 법조계 인사는 “정권에서 검찰을 압박하는 통상적 수단이 가혹행위 주장과 보안유지 소홀 등이다”라며 “이번 사건도 그런 부류”라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검찰과 청와대가 결별 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고 전망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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