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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장르이야기] 미국의 초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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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장르이야기] 미국의 초인영화

입력
200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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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인간이 꿈꾸는 ‘호모 슈페리어’, 초인 영웅은 태초부터 인류가 가져온 염원이다.그 중에서도 미국이라는 나라만큼 초인 영웅 시리즈에 집착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중국 영웅의 본질이 무사, 일본 영웅의 본질이 사무라이라면, 미국 영웅의 본질은 초인이다.

‘슈퍼맨’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초인 영웅은 철저히 잘난 사람들의 세상을 과시하고, 다양한 인종, 다양한 계급, 그 모든 것을 훌쩍 뛰어 넘어 힘 하나만 가지고 미국인들의 경배를 이끌어 낸다.

사실 초인 영화나 영웅담은 나라마다 생각하는 힘, 즉 파워의 본질이 어떠한 것인가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그러나 미국의 초인 영웅도 시간에 따라 변화를 겪어 왔다. ‘슈퍼맨’은 40년대, 50년대 미국의 패권주의와 낙관주의를 그대로 반영하는 영웅이다.

당연히 슈퍼맨은 밤낮이 완전히 뒤바뀌어 살면서도 스스로의 정체성에 아무런 회의도 품지 않고 성조기가 그려진 팬티를 입고 다니는 이상한 영웅이었다.

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배트맨’은 거대한 목구멍을 연상케 하는 음습한 박쥐 형상 자체가 말해주듯, 백인이면서도 일종의 위장 흑인같은 분열된 영웅상을 드러낸다.

2000년이 되자 ‘X맨’ 같은 초인들은 아예 초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미국 사회의 타자로 존재한다.

X맨 울버린은 “손등에서 칼날이 나올 때마다 아프냐”는 소녀의 질문에 “늘 그렇지”라고 담담하게 대답한다.

미국 초인 영웅의 변천사는 한마디로 ‘슈퍼냐, 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이다. 사실 그것은 자본주의가 최첨단으로 발전한 미국이 직면한 정체성의 고뇌가 초인에게 투사된 형태이기도 했다.

‘스파이더맨’은 ‘슈퍼맨’의 사춘기 버전으로 오히려 퇴행하는 기미마저 보인다.

내향적이고 수줍은 고등학생 파커는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의 내향적 자아와 꼭 일치하는 면모를 지니고 있고, 사랑하는 여자를 공중 비행으로 낚아 채는 방식은 사춘기 소년들조차 비웃을 정도로 새로울 것이 없다.

토비 맥과이어가 분한 고등학생 거미는 귀엽기는 하지만 카리스마가 없는 맹탕 초인이고, 윌리엄 데포가 연기한 그린 고블린은 미워할 수 없는, ‘배트맨’의 악당 조커와 펭귄맨을 새삼스레 그립게 만든다.

그래도 미국에서 개봉한 첫 주에 벌써 해리 포터의 흥행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는 ‘스파이더맨’. 테러로 상처 입은 미국인의 마음에는 역시 ‘강력한 힘만이 모든 것을 압도할 수 있다’는 최면술적인 초인 영웅담이 제격인가 보다.

‘매트릭스’를 능가하는 특수효과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카메라의 화장발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은 뉴욕이라는 콘크리트 정글을 헤치고 다니는 거미 옷을 입은 타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한(?) 초인이다.

영화평론가

chinablu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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