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벗어나겠다고 바다를 건너온 이 땅에서 걸핏하면 동포에게 사기나 당하는 불쌍한 사람들. 지금까지 TV는 조선족 동포의 모습이다.그렇고 보면 옥화(최진실)는 돌연변이나 다름없다.
“아직 젊은 데 말 끝마다 돈, 돈 하니까 마음이 아프다”는 남득(김혜자)의 철없는 소리에 “나이 먹어 돈, 돈 하는 거보다 낫지 않습네까”라며 일침을 가하는 야무진 모습이다.
게다가 “동생 댁에 집세 안 내고 공짜로 사는 동안에 돈 모으라”며 충고까지 할 정도로 잇속도 밝다.
MBC TV 주말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극본 정성주, 연출 박종)는 TV에서 주변자적 존재에 불과하던 조선족 동포를 중심부로 끌어들였다.
이야기의 중심 축은 조선족 동포 옥화의 서울 적응기. 옥화는 중국서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인데다, 똑순이 기질이 다분하기에 조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호의를 받아들이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물정 모르는 남득과 기원(류시원)에게 현실의 매서움을 가르친다. 현실감각에 관한 한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떠한 인물보다도 날카롭다.
하지만 가장 현실성이 떨어져보이는 인물 또한 옥화이다. 주변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옥화의 제 역할은 객관적인 관찰자이자 화자.
시청자는 옥화의 시선을 빌어 어쩌면 곧 자신의 삶일 수도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들여다보기를 기대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옥화는 철저하게 시청자가 구경하는 대상이 돼버렸다.
기원과의 만남은 언제나 좌충우돌하고, 오갈 데 없어진 옥화를 두고 직장동료는 “결혼하면 된다”며 비아냥거린다.
옥화가 다른 등장인물과 엮어가는 에피소드도 코믹으로 일관한다. 주인공이라는 위치와 주변인적 정체성이 서로 충돌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주변인을 메이저로 착각하게 만들려는 욕심이 오히려 옥화라는 인물을 희화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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