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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경제 속빈 강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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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경제 속빈 강정 우려

입력
200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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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외국인에 휘둘리고 있다. 외국인이 일시에 주식을 사면 무조건 오르고 팔면 순식간에 떨어진다. 심지어 외국 증권회사의 기업보고서 한 장에도 시장이 요동을 친다.지난 4월 말 900선을 넘기며 기염을 토하던 주가가 3일만에 830선으로 곤두박칠쳤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을 팔아 6,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챙긴 결과이다.

최근에는 워버거 증권이 삼성전자에 대한 기업보고서를 사전 유출시켜 증권시장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외국계 증권회사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극과 극을 오간다는 뜻이다. 실로 우리나라 증시는 외국인들이 쥐락펴락하면서 마음대로 이익을 챙겨가는 외세 시장이 되었다.

증권시장은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이다. 우선 증권시장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필요한 자금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높고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계속 발전하게 만들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의 길을 걷게 한다.

적자생존의 원칙을 적용하여 건전한 산업발전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한편 증권시장은 국민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기업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공평하게 배분하고 효과적인 재산증식을 가능하게 한다. 국민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시장경제의 기반역할을 한다.

이러한 증권시장이 외국인의 지배를 받으면 경제가 발전의 대상이 아니라 먹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증권시장이 산업발전과 국민의 재산증식 대신 외국 자본의 기업투기와 국부유출의 매카니즘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이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에서 이미 최대 투자자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시가 비중으로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이른다.

한편 외국인 투자가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어 증권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뛰어난 투자기법과 연구조사능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 투자가들이 당해 낼 도리가 없다.

국내 투자가들은 요행을 쫓아 단기매매를 하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외국인들을 따라 추종매매를 하다가 스스로 재산을 넘겨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속이 비어 무너지거나 외국인 투자가들을 위해 돈을 버는 도구로 전락한다.

증권시장이 외국인들의 놀이판이 된 상태에서 경제의 알맹이인 제조업이 외국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상공회의소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68%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외이전계획을 가진 기업의 65%가 중국을 대상국가로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우리 경제의 생산거점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을 빼놓고 대부분 중국의 추월을 받고 있다.

첨단산업은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제조업 기반마저 중국에 빼앗긴다면 향후 우리 경제는 무엇으로 지탱하겠는가?

우리 경제는 금융과 실물 양 부문에서 근본적인 위기에 빠지고 있다. 그 동안 쌓아올린 경제성장의 과실을 외국자본의 잔칫상으로 만들고 경제의 뿌리이자 기둥인 제조업이 공동화한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암담하다.

이제 돈이나 풀어서 경기를 들뜨게 하고 헤프게 쓰며 좋아할 때가 결코 아니다.

장기적으로 경제주권을 지키고 경제성장의 내실을 가져와야 한다는 차원에서 근검절약하고 열심히 일하는 원래의 우리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증권시장은 우리 자본이 주인역할을 하고 나라 곳곳에서 산업발전의 굉음이 들리는 제 2의 경제도약을 시작해야 한다.

소비보다는 저축이, 투기보다는 투자가, 그리고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몇 갑절 더 기쁜 일이라는 것은 이미 우리가 터득한 바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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