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02년 5월 현재 FIFA 랭킹은 40위. 그러나 FIRA 랭킹은 세계 1위다.FIRA는 세계로봇축구연맹(Federation of International Robot-soccer Association)의 약자.
23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2002 세계로봇축구대회에는 최강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아르헨티나 독일 등 전세계 201개팀이 7개 리그에 참가한다.
첨단 과학기술을 스포츠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로봇축구대회는 과학과 세상이 만나는 현장을 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다.
▼축구하는 로봇의 원리
로봇축구는 로봇을 만들고 움직이는 기술, 전략전술을 입력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영상과 무선통신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인공지능에서 기계공학까지 많은 기술들이 결합됐다.
로봇축구의 대명사는 마이크로 로봇축구리그인 마이로소트(MiroSot). 마이크로 로봇축구는 탁구대 절반 크기인 가로 1.7m, 세로 1.3m 규격의 경기장에서 7.5㎝ 이하의 로봇 3대가 탁구공 크기의 오렌지색 골프공을 상대방의 골문에 차 넣는 것으로 승부를 가른다.
보통 골키퍼 역할을 하는 로봇 1대와 선수 역할 로봇 2대가 한 팀을 이룬다.
로봇축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로봇 3대와 카메라, 통신장비, 1대의 주 컴퓨터로 이뤄진다. 경기장 2㎙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와 연결된 주 컴퓨터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카메라로 1초에 60회 이상의 영상을 찍어 보내면 주 컴퓨터는 이를 파악해 다음에 필요한 행동을 무선으로 팀의 로봇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인간이 눈으로 사물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1초에 24회 정도의 잔상이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기술이 사용되는 것.
▼단순한, 그러나 단순하지 않은…
축구는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원리를 가졌다. 경기장 안에서 발과 머리 등을 사용해 목표지점에 공을 집어넣는 경기가 바로 축구. 따라서 로봇축구도 일견 단순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1995년 로봇축구를 처음으로 창안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전산학과 김종환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주 컴퓨터와 자기편 로봇을 연결하는 무선 통신기술, 로봇을 재빨리 움직이게 하는 제어기술, 작은 크기 안에 모터와 부품을 집어넣는 기계공학, 공과 선수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인공지능기술 등 각종 첨단기술이 복합적으로 동원되는 것이 로봇축구다.”
로봇 축구 시스템은 지능 제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지능제어 시스템은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고 학습 능력과 자율성을 가진 시스템을 말한다.
인간의 사고체계 및 행동양식을 모방하는 신경 회로망, 진화 연산, 퍼지 제어 등의 기법이 쓰인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 1950년대부터 진화를 공학적으로 이용하는 문제에 대해 과학자들은 관심을 가졌다.
컴퓨터 상에서 진화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처리하자는 것. 로봇축구에서도 공의 위치를 네비게이션 기법으로 추적, 최적의 경로, 최단 거리를 찾아내는 방법이 이용된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술이 진화연산. 퍼지 제어는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이다.
축구로봇은 두 바퀴의 속도를 조절하고 방향각을 잡아 정해진 목표물의 좌표로 움직이는 단순한 원리이다.
하지만 상대팀의 움직임, 빠르게 움직이는 공의 변화 등도 좇아야 한다. 3대3 혹은 5대5로 경기를 벌이는 방식인 만큼 여러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지능 시스템이 필요한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된다.
▼인간형 로봇의 등장
이번 대회에는 특히 국내 최초의 독립보행로봇 ‘한사람II’가 인간형 로봇축구리그(HuroSot) 부문에 출전한다.
높이 50㎝의 한사람II는 발바닥에 있는 압력 감지기와 운동제어시스템을 통해 외부 전력공급 없이 걷는 게 가능한 인간형 로봇이다.
22개의 모터로 만들어진 관절이 로봇의 동작을 만들어낸다. 하체는 직류(DC)를 이용한 모터로 무게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했고, 상체의 관절은 서보(servo) 모터를 통해 움직이게 된다.
기존 축구로봇이 직육면체 형태에 바퀴가 달린 것이었다면, 한사람II는 다리가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물론 지금은 태권V처럼 움직이는 완벽한 로봇 축구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경기방식도 어떤 팀의 로봇이 빨리 걷고, 고정자세에서 정확한 슛을 날리는가를 우선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가로 4.4m 세로 3.6m 크기의 경기장에서 각 팀 당 3대의 로봇이 테니스공으로 축구경기를 벌이는 것도 시도할 예정이다.
김종환 교수는 “앞으로 5년은 지나야 뛰어다니는 인간형 로봇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만 앞으로 펼쳐질 로봇시장을 겨냥해 기술확보차원에서 새로운 경기방식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세계 로봇축구대회 역사
세계 로봇축구대회는 1996년 대전에서 1회 대회가 열렸다. 그 당시에는 10개 나라 24개 팀이 참가했다.
이후 3회 대회부터 프랑스, 브라질, 호주, 중국을 돌아가며 열렸고 이번 대회는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대회종목은 로봇의 크기와 종류, 제어방식 등에 따라 각각 7개의 방식으로 나뉜다. 가장 많은 팀이 참가하는 부문은 마이로소트(MiroSot).
치열한 예선을 거쳐 다양한 팀들이 본선에 올라왔다. 시뮬레이션 방식을 로봇축구에 적용한 시뮤로소트(SimuroSot)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채택됐다.
C언어를 이용해 각 로봇이 움직이는 전술을 프로그래밍해서 경기를 벌이는 것으로 중국이 강세다.
한편 로봇 올림피아드도 1999년부터 시작돼 4년째 계속되고 있다. 일종의 로봇 미로찾기인 마이크로 마우스(Micro Mouse), 선을 따라 달리는 라인 트레이서(Line Tracer) 등이 주요 종목.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해 세계대회에서는 높이뛰기 로봇 등의 창작종목 대결도 열릴 예정이다.
김종환 교수는 “국내 로봇산업은 일본에 비해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첨단산업으로 대두할 것이 분명한 로봇 연구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로봇축구나 로봇 올림피아드로 그런 노력이 꽃피우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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