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1ㆍ4분기에 영업이익률이 예상보다 낮은 9.5%에 머물렀다. 작년에는 1,000만원짜리 차 1대를 팔 때마다 102만원을 남겼는데 올들어 95만원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시장에서 10년ㆍ10만마일 보증에 대한 충당금을 실적이 좋은 1분기에 많이 계상(작년동기대비 173.9%)했기 때문이다.신세계는 4월부터 회계상 고정자산 감가연한을 40년에서 20년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매출 7조원대의 8%선인 500억~600억원이 감가상각분으로 추가 계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좋을 때 매출에 부담을 주지 않고 비용을 털어내기 위한 것이다.
최고의 실적을 구가중인 홈쇼핑 업체들은 해마다 결산후 영업이익의 10%선에서 방송발전기금을 내오던 것을 최근 매달 나눠 선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한 제약사들은 의약분업 이후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올들어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530개 상장법인의 1분기 순익(9조9,198억원)도 실제보다 축소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비용처리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앞으로 난항이 예상되는 임금 및 단체협상 등 여러 부담 요인들을 실적이 좋은 1분기에 미리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현대차의 보수적 회계처리는 하반기 원ㆍ달러 하락으로 인한 실적둔화와 제너럴모터스(GM)의 국내상륙, 특소세 환원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제약업계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적자문제가 크게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익이 높게 발표되면 약값인하 압력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임금협상이 현안인 중견 화섬업체 A사는 “하반기 전망이 좋지 않다고 보고 일부 비용을 1분기로 앞당겨 처리했다고 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