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홍걸(金弘傑)씨에 대해 이권청탁 등의 대가로 15억4,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함에 따라 홍걸씨에 대한 1단계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검찰은 “홍걸씨 구속은 기소를 위한 전단계일 뿐 앞으로도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며 ‘고강도 수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홍걸씨 향후 수사
초점 검찰이 밝힌 홍걸씨의 혐의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최규선(崔圭善)게이트’의 핵심 의혹이었던 타이거풀스(TPI)측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 홍걸씨가 연루된 혐의를 확인, 이른바 몸통을 밝혀낸 것이다.
검찰은 홍걸씨가 TPI주식 6만6000주와 TPI계열사 주식 4만8,000주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최씨가 타이거풀스 송재빈(宋在斌) 사장에게서 “사업자 선정이 되도록 도와주면 주식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홍걸씨에게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 전반에 대해 메스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타이거풀스측이 ‘최규선-김홍걸’의 황금라인을 잡으면서 “체육복표 선정과정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청탁한 홍걸씨의 영장 내용이다.
타이거풀스측은 체육복표 사업을 위해 문민 정권 시절인 15대 국회에서 법안 마련 등을 주도할 정도로 국내에선 불모지였던 이 분야를 개척했다.
그러나 현정권 들어 호남 인맥을 등에 업은 한국전자복권이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전세가 역전됐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세불리를 느낀 타이거풀스측이 홍걸씨 라인에 막판 배팅, 판세를 재역전시켰다는 것이다.
또 포스코측이 TPI주식을 고가 매입하고, 계열기업인 포스데이타가 재작년 7월말 홍걸씨가 유상부 회장을 접촉한지 두 달이 지난 9월25일에 돌연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배경 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특히 검찰은 체육복표 수주로비 뿐만 아니라 사업초기 법안 통과과정에서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어 파문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또 S건설 등 다른 기업체에게서 자금 수수 혐의는 영장혐의에서는 제외됐으나 공소장에는 이를 포함시킬 것으로 보여 과연 검찰이 기소때까지 홍걸씨의 자금 수수액을 얼마나 더 불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이다.
■향후 사법처리 및 재판 절차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이 20일 내에 기소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5~6일께 홍걸씨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기소가 이뤄지면 6개월 이내에 1심 선고가 이뤄지게 된다.
홍걸씨측은 검찰 보다는 법원의 판결에 더 기대를 거는 전략을 쓰고 있다. “자숙의 의미로 영장심사를 포기했다”는 홍걸씨측의 이야기도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판결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거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賢哲)씨가 97년 5월17일 구속돼 5개월여를 복역한 뒤 보석으로 풀려나 99년 광복절 특수로 잔여 형기 집행면제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홍걸씨측도 ‘김현철 케이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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