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체육복표 관련법안 개정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복표사업 운영주체 결정 문제를 놓고 상당한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당시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한결같이 복표사업권을 민간업체에 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은 산하 기관인 체육공단측이 사업을 맡아야 한다고 맞섰다.
문광위는 박 전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 표결을 강행, 이 법안을 찬성 14, 반대 1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당시 유일한 민간업체인 타이거풀스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99년 8월4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문광위 최종심의 회의록에서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체육진흥투표권(복표) 발행권자는 민간단체나 개인 보다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업 운영주체에 대한 규정을 ‘체육공단이 복표 발행사업을 단체나 개인에게 위탁하도록 한다’에서 ‘위탁할 수 있다’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박 전 장관은 “복표사업 자체는 찬동하지만 지나친 상업주의로 인한 사행심 조장과 회계의 불투명성, 사업자 선정과정의 특혜논란, 외국업체에의 기술예속 등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업자에 사업을 맡기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에 사업주체 변경 제안에 대해 당시 문광위 소속 의원 상당수는 “법안 의결단계에서 주무장관이 핵심사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 문광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와 당정협의를 거쳐 복표 사업을 민간업체나 개인에게 맡기기로 이미 합의를 본 상태였다.
민주당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월드컵이 불과 2년 후로 다가온 만큼 법안처리를 더 늦출 수는 없다”며 “능률성과 효과 극대화를 위해 사업을 민간에 위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박성범(朴成範) 의원은 “문화부 차관과 공단 이사급 책임자가 참석한 당정회의에서 자유토론을 통해 결정된 사안에 대해 장관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고 민주당 정상구(鄭相九) 의원은 “사업권 논의때 참석한 장관이 반대하는 것은 법안처리를 지연시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광위는 “그동안 충분한 논의가 됐고 결론을 본 사안이므로 연기할 수 없다”며 표결처리를 강행, 소속 의원 15명중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을 제외한 1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박 전 장관이 당정회의 결과를 뒤엎고 돌연 사업주체 변경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문광위 관계자는 “당시 타이거풀스가 문광위 의원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인 반면, 체육공단측은 ‘86아시안 게임때 복표사업 경험이 있는 만큼 공단이 직접 사업을 해야한다’며 박 전 장관에게 매달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체육복표 사업추진 일지
▲ 1998.4 송재빈씨 타이거풀스코리아 설립, 아시아총판권 획득
▲ 1998.11.6 박세직씨 등 의원 54명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의원입법으로 발의
▲ 1999.8.4 개정안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통과
▲ 1999.8.12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복표사업 법적근거 확보)
▲ 2000.7 체육복표사업 관련 시행령 공포
▲ 2000.8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복표 사업 공개설명회
▲ 2000.10 한국타이거풀스, 한국전자복권 사업제안서 제출
▲ 2000.12.3 한국타이거풀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 2001.2 체육공단, 한국타이거풀스 사업자로 최종선정
배성규기자
vega@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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