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사랑한 빌라도'“나는 두렵다. 의심스럽다. 달아나고 싶다. 내 아버지, 당신은 왜 나를 버리셨습니까?” 이 절박한 부르짖음. 온 세상 죄를 대속하기까지 유약한 한 유대인은 끊임없이 고뇌했다. 그런데 이 사람과 마주 선 한 로마인이 있었다. 그는 중얼거린다. “그것은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42)의 장편소설 ‘예수를 사랑한 빌라도’(문화마당 발행)가 번역출간됐다.
권위있는 엘르문학상 2001년 수상작이다. 슈미트는 2,000년 전 예수의 강생과 부활을 다룬 이 소설로 프랑스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예수를 사랑한 빌라도’가 프랑스 문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독특한 기법 때문이다. 소설은 제1장 ‘고백’과 제2장 ‘편지’로 나뉜다.
‘고백’은 예수가 회고하는 자신의 삶이다. ‘편지’는 로마 총독 빌라도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예수를 알게 되면서 변화하는 빌라도의 모습을 그린다. 범죄자와 판결자로 만난 두 사람은 똑 같이 고통스러운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목수의 아들 예수는 사랑하는 여성과 함께 하는 행복조차 다른 사람을 잊어버리도록 만들고,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운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마 총독 빌라도는 군중의 말에 따라 예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자신의 결정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의 심리적 방황이 어떻게 평온에 이르는지를 좇는다. 여기에 예수를 배반한 제자로 알려진 유다가 사실은 예수의 명령에 따라 그를 고발했다든지, 빌라도의 아내 클라우디아가 예수를 따르는 신자가 되었다는 식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다.
소설은 예수가 “나는 두렵다”고 털어놓는 것으로, 빌라도가 “나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으니 믿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두 사람의 행로의 끝은 그들의 길을 따라온 독자가 채워넣어야 할 공간이다.
클라우디아의 목소리야말로 작가의 목소리다. “의심하는 것, 그것은 믿는다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오직 무관심이 믿지 않는 것입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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