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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쓰는 편지 / 보고 싶은 아빠(김태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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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쓰는 편지 / 보고 싶은 아빠(김태영)에게

입력
200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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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아빠에게.아빠, 저 유현이에요. 제주도에서 훈련하느라 힘드시죠. 저는 유치원에도 잘 다니고 엄마 말씀도 잘 듣고 있어요. 동생 다현이와도 사이좋게 잘 놀고 있어요.

텔레비전 뉴스에서 아빠 모습이 나올 때는 아빠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어버이날에도 아빠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싶었는데. 엄마도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은 것 같아요.

제게 말은 안 해도 알 수 있어요. 괜히 짜증을 낼 때는 아마 아빠가 보고 싶은 데 볼 수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집안 청소를 하다가 가끔 아빠 사진을 들여다 볼 때는 틀림없이 아빠 생각이 났기 때문일 거예요.

아빠, 저는 솔직히 아빠가 축구대표 선수인 게 싫을 때도 있어요. 같이 놀 시간이 없잖아요. 매일 훈련하고 또 외국에도 자주 나가잖아요. 다른 친구들이 엄마 아빠와 손 잡고 공원에도 놀러가고 쇼핑도 가고 영화도 보러가고 재미있게 잘 놀 때는 부러워 죽겠어요.

아빠, 그래도 저는 아빠가 좋아요. 친구들에게 자랑도 많이 해요. 아빠가 축구 경기를 할 때는 텔레비전을 보고 온 친구들이 내게 쫓아와서 말도 많이 건네요. 아빠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고 그래요. 어떤 친구들은 아빠에게 전해달라며 편지도 써 가지고 왔어요.

그렇지만 아빠, 제발 넘어지지 마세요. 아빠가 다치면 우리는 어떡해요. 엄마는 아빠가 쓰러지면 텔레비전을 보다가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해요. 아빠를 차서 넘어뜨리는 나쁜 아저씨들에게 전 막 화가 나요. 제가 달려가서 때려주고 싶어요.

엄마는 아빠가 아주 훌륭한 사람이래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월드컵 대회에서 큰 일을 할 사람이래요. 오늘은 엄마가 16강에 대해서 설명해 줬어요. 세계에서 축구를 잘하는 열 여섯 나라 중에 한 나라가 되는 거라면서요.

아빠가 잘해서 우리나라가 16강이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척 기뻐할 거라고 말했어요. 저는 아빠가 꼭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어요.

그런데 아빠, 엄마나 주위의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아빠는 저나 다현이를 생각하면서 힘을 낸다던데 정말이에요? 진짜로 그렇다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 아빠가 무지무지 보고 싶지만 참을래요.

아빠도 조금만 참으세요. 아빠가 안 계시는 동안 저는 씩씩한 어린이가 돼 있을 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유현군과 다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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