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우리집' 고은명 글ㆍ김윤주 그림할아버지는 제사상을 차리면서 언제나 연하에게 “연하가 아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얘기했다.
아빠와 똑같이 일하고 들어오지만, 아빠가 TV를 보면서 쉬는 동안에도 엄마는 부엌에서 계속 일해야 했다.
물감통을 쏟은 지은이가 현욱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현욱이는 큰 소리로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조심성이 없냐?”며 화를 벌컥 냈다.
제6회 ‘좋은어린이책’ 공모 대상 수상작인 장편동화 ‘후박나무 우리 집’은 후박나무가 있는 한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함께 살고 있는 여자아이 연하의 이야기다.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라고 버릇처럼 말했던 연하는 어느날 그 말을 뚝 그쳐 버렸다.
소설가인 엄마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하는 아빠를 둔 친구 지은이네 집에 갔다온 뒤다. 라디오 PD였던 찬기 엄마는 집안 일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선우네 엄마는 두 다리를 잃은 선우 아빠를 위해서 행상을 다녀야 한다.
여자애가 왜 그렇게 나대냐, 여자애 목소리가 왜 그렇게 크냐, 여자애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냐, 여자애가… 여자애가…. 여자는 ‘여자애’였을 적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자라야 했다.
이 책은 학교에서, 집에서 모르는 사이에 남녀 차별이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았는지를 알려준다.
동화는 묵묵히 일만 하는 연하 엄마를 온집안 식구들이 이해하고 일을 덜어 나누기로 하자면서 행복하게 끝나지만, 세상이 행복해지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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