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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훈련노트] (4)수비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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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훈련노트] (4)수비전술

입력
200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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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란 작업은 참 재미있다. 이전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새롭게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나 역시 히딩크 훈련노트 분석을 통해 축구를 더욱 단순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질문을 하나 하겠다. “축구경기에서는 몇 가지 상황이 나올 수 있을까?” 아마 여러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답은 우리 팀이 볼을 가지고 있을 때는 공격, 볼을 뺏기면 수비 등 단 2가지 상황 밖에는 없다.

따라서 수비전술은 상대가 공을 갖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그 공을 빼앗아 오느냐(차단하느냐)의 문제다.

전술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은 혼자서 공을 빼앗는 것 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협조하여 뺏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비전술은 말하자면 팀간의 약속이며 그래서 하루 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효과적으로 볼을 뺏기 위해서는 상대가 항상 궁지에 몰리게(백패스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압박이 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이 잘 되려면 수비-미드필드-포워드의 3선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3선 간격만 유지된다면 압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상대를 궁지에 몰 수 있다. 반면 공격은 빨라지고 정확해진다. 이런 현상은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정확히 입증됐다.

그렇다면 히딩크는 어떤 수비훈련을 실시했을까. 그림을 보면서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림 1

중앙에서 코치가 A지역의 수비 쪽으로 킥을 해주면 하프라인에 있는 3명의 공격수는 빠르게 달려가 압박을 하면서 볼을 뺏는다. 볼을 뺏으면 ㉮지역 코트로 넘어가 3명이 센터링-슈팅까지 연결한다. 이 지역에선 2명의 수비 중 한명만 활동할 수 있다. B, C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계속한다. 공격수들의 압박수비 훈련인데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이런 방법으로 공을 뺏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그림 2

A, B, C와 a, b, c는 최종 수비수이고 X, Y와 x, y는 미드필더이다. c가 A쪽 후방으로 길게 킥을 하면(①) 수비수들은 뒤로 물러나면서 헤딩이나 발로 자기편 미드필더(X Y)에게 떨어뜨려준 뒤(②), 다시 공을 받아(③), 반대편으로 길게 킥을 한다(④). 이 때 수비 3명은 상대 수비가 킥을 하기 전에 먼저 이동해선 안 된다.

그림 3

수비수(DF)와 미드필더(MF)가 항상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 상대 공격(㉮ ㉯ ㉰)에 대해 긴밀한 협동수비와 압박수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림 2, 3은 모두 수비와 미드필더간의 협동수비 방법에 관한 것이다.

현대축구에선 수비가 약하면 결코 강팀이 될 수 없다. 히딩크 사단 역시 수비훈련이 빛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3가지 훈련의 효과는 스코틀랜드전에서 완벽하게 나타났고 한국은 경기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었다. 그림을 보면 스코틀랜드전에서 한국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김희태ㆍ명지대 감독

■센터링 고공공격에 수비 '구멍'

16일 스코틀랜드전을 보면서 한국팀은 히딩크의 훈련노트에 담긴 모든 내용을 다 시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코틀랜드는 유럽 중위권인데다 시차적응이 안된 상태여서 승리의 의미는 그다지 없다. 그러나 한국팀이 의도한 플레이를 마치 시나리오대로 영화를 찍듯 해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아마 이젠 프랑스 같은 강팀을 만나도 황당한 참패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비에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도 있다. 위에서 그림 1~3까지 수비훈련법을 설명했지만 상대의 긴 센터링 때 수비수와 미드필더간의 협동수비는 아직 완벽하지가 않다. 즉 한국수비는 상대의 긴 센터링에 이은 고공공격에 약하다는 말이다.

스코틀랜드전에서 왼쪽 프리킥의 실점상황이 비슷한 경우다. 또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협동수비가 많이 좋아졌으나 스루패스에 이은 미드필드 2선에서의 침투에도 약점을 보인다. 개인의 능력 탓도 있지만 아직까지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팀 주변의 이야기로는 히딩크 감독이 최근 그림 2와 같은 수비연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수비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향상속도라면 우리 대표팀의 전망은 아주 밝다.

히딩크의 수비 훈련은 우리 지도자들 잘 안 쓰는 방법이고 모르는 부분이다. 한국축구가 히딩크를 영입한 효과가 그나마 있다면 이것이 아닐까 싶다.

김희태ㆍ명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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