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비즈니스에는 이름을 팔아 돈을 버는 기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페넌트레이스나 토너먼트 대회명칭에 기업이름을 붙여주는 장사로, 국내 프로야구는 35억원, 프로농구는 27억원에 팔렸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이 이름을 산 사람을 통상 타이틀 스폰서라고 부른다.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또 다른 이름 장소가 바로 경기장이다. 경기장 이름 장사를 처음 시작한 미국에서는 4대 프로종목 경기장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 경기장과 대학경기장, 심지어 연습장 이름까지 팔리고 있다.
지난 해 말까지 미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경기장 이름은 휴스턴에서 오는 8월 개장 예정인 릴라이언트 스타디움이다.
릴라이언트 에너지사가 2032년까지 30년간 사용키로 한 경기장의 이름값은 총 3,600억원으로 1년에 120억원 꼴이다. 이왕에 하는 대회나 세워진 경기장에 이름만 붙여주고 돈을 받는 사업이니 거저 먹는 장사로 볼 수도 있겠다.
기발하게 보이는 이름장사가 개발된 데는 이유가 있다. 외부요인으로는 요즘 사회가 뉴미디어를 포함한 매체 수의 증가로 광고홍수 사태를 맞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 내부요인으로는 돈 들어갈 곳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비해 재원출처는 이미 한계에 달해 돈되는 물건이면 뭐든지 팔아야 할 정도로 스포츠 관련단체의 재정상태가 궁지에 몰렸다는 점이다.
지상파, 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수 십개의 TV채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광고는 기발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게다가 요즘은 리모콘 때문에 TV광고의 영향력이 과거 같지않다.
이런 상황이 되자 광고주들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생각한 게 바로 스포츠 스폰서십이었고 경기장 이름이나 대회 이름도 스폰서십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장 이름장사는 호주 뉴질랜드 영국까지 건너갔다가 드디어 얼마 전에는 일본의 한 자치단체도 월드컵 경기장 이름을 팔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도 아니고 그곳 스포츠단체의 수입이 우리보다 적은 것도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자. 광고홍수 사태는 여기도 매일반이고 월드컵 경기장 주인들은 빚더미에 올라 앉아있는 데도 국내 경기장은 상암, 문학, 잠실, 사직같이 동네 이름만 붙여놓고 있다.
또 프로축구단 창단이 월드컵 경기장 활용도를 높이는 대단한 묘안인 줄 알지만 그래도 1년에 340일은 놀려야 하는데 그보다는 손쉬운 이름부터 파는 게 어떨까.
정희윤ㆍ㈜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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