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지난 달 23일 이후 15거래일 만인 14일 250억원대의 순매수세에 나선데 이어 15일 2,500억원대(시간외 제외)의 물량을 거둬들이자 서울 증시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직접적인 배경은 연 이틀 큰 폭으로 반등한 뉴욕증시. 외국인의 이틀 연속 순매수를 추세전환 신호로 예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미국 기업들의 2분기(1~3월) 실적발표가 본격화하는 5월 말부터는 수급보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도 “올 하반기 랠리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한ㆍ미 증시 안정화 시도
한ㆍ미 주가가 바닥을 박차며 연 이틀 폭등했다. 종합지수 810, 나스닥 1700 ‘바닥론’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은 그만큼 약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증시를 짓눌러 온 실적 불안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 조정탈피와 함께 상당부분 희석된 데다, 4월 소매매출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0.6%)의 2배인 1.2%로 나타나면서 ‘더블 딥(double dip)’ 우려도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증시에도 연기금 자금이 수혈되고, 투신권의 주식ㆍ혼합형 자금도 꾸준히 늘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10일 10조900억원, 13일 10조 9700억원에 이어 14일 11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현물가 동향과 수출 전망 등을 볼 때 최소한 바닥은 확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 대한투자신탁증권 김동우 차장은 "악재가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800 이하 추락 우려는 거의 사라졌다”며 "당분간 860~870 매물벽을 상한으로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2분기 미국실적 반등 모멘텀
미 증시 전문조사기관인 '퍼스트콜'은 지난 주말 2분기 S&P500 기업의 실적 증가율 예상치를 6.8%로 제시했다. 이는 4월에 나온 2분기 예상치(8.9%)보다는 부진하지만 1분기의 -11.5%보다는 크게 개선된 것. 2주 단위로 발표하는 실적전망 추이도 2월(9%대) 이후 지난 달 중순까지 속락,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심리를 보였지만 지난 달 중순 이후 6.5~7%대에서 안정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전기ㆍ전자, 자동차 종목이 밀집된 기술업종 실적이 33%(1분기 -28%) 성장하고, 철강 화학 등의 기초소재 역시 11%(1분기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경기관련 소비재와 필수소비재업종도 각각 34%와 16%의 실적증가가 기대됐다. 현대증권 한동욱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발표가 거의 마무리됐고, 기업들의 2분기 실적전망 변수가 거의 반영된 만큼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이번 전망치가 실제 실적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말~6월 중순이 변곡점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은 2분기 기업실적 예고시즌이 시작되는 5월 하순쯤 미국 증시가 안정을 찾고, 6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상승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LG 서정광 연구원은 "이 달 말까지 예정된 내구재 주문(23일), 신규주택판매(24일), 5월 소비자신뢰지수(28일) 등 소비관련 지표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준다면 미국 증시가 예상보다 일찍 안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멘털보다는 수급 덫에 걸려 조정을 받아 온 서울 증시로서는 미국시장 안정이 더없이 좋은 호재. 이를 뒷받침하듯 JP모건과 살로먼스미스바니(SSB) 등 외국계 증권사가 최근 잇달아 종합지수 1,070~1,080대 전망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시장 안정→ 외국인 순매수→ 수급보강 → 지수상승→ 수급보강으로 이어지는 증시 선순환이 멀지 않고, 조정이 길어지더라도 추가하락 리스크는 상당분 해소된 만큼 서서히 랠리에 대비할 때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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