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끼자’라는 ‘Save Energy!’ 구호를 만든 나라는 미국이다. ‘지구를 구하자’라는 거창한 구호 ‘Save the Planet!’을 만들어낸 나라도 미국이다.그 미국에서 요즈음 에너지절약운동이 활발하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를 겪은 후, 환경단체들은 갖가지 에너지절약 지침을 알리고 미 에너지부와 환경보호국은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와 '에너지별표’' 부착된 제품 구입을 대대적으로 설득 중이다(www.energystar.gov) (www.epa.gov/appdstar/homes).
건물과 주택에서 전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자동차가 뿜어내는 그것보다 몇 배 많은데,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니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취지이다.
미국에서는 환경문제에 대해 나름의 논리를 펴지 못하는 사람은 지식인에 끼지 못한다.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조차 '지구를 구하자'는 인쇄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미국은 그래서 환경을 가장 걱정하는 나라로 언뜻 비친다.
그러나 기온이 섭씨 18~28도를 오르내린 최근 일주일 사이, 이곳 뉴욕에서, 미국인의 에너지절약운동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실감하고 있다.
뉴욕의 공공공간, 상업공간은 어느 곳이든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 기온이 18도인 날에는 난방장치를, 21도를 넘는 날에는 냉방장치를 즉각 가동한다.
사람에게 쾌적한 실내온도가 21~25도라는 정설은 수정된 것인가? 개인주택은 모르겠지만 뉴욕의 모든 공간은 20도쯤에 맞추어져 있고, 그 이하도 이상도 참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운동이나 구호가 사회에서 실천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환경문제에서 구호 따로, 실천 따로가 가장 심한 나라는 미국이 아닌가 싶다.
미국 환경단체들은 '에너지의식'이니, '환경지능’'니 하는 근사한 말까지 만들어내, 의식각성과 실천을 촉구하지만(www.ase.org) (www.worldwatch.org), 그런 말들은 추상일 뿐이다.
상품과 음식, 육체의 살이 넘치는 나라 미국은 ‘아끼자’ 운동이 도대체 어울려 보이지도 않는다.
뉴욕의 고급 옷가게들은 요즘 얇은 캐시미어 스웨터를 빠뜨리지 않고 팔고 있다. 더위와 스웨터는 공존 품목이 아니지만 스웨터 걸치기는 20도의 실내온도에서 기분좋은 옷입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철을 거부하는 뉴요커들을 보며 서울에서도 벌써 냉방을 하고 스웨터를 걸치는 철 없는 이들은 없는가 궁금해진다.
<뉴욕에서>뉴욕에서>
박금자 편집위원기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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