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경기장 난동을 주도하는 과격 축구팬인 훌리건(hooligan)을 막기 위해 유럽 각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특히 최근 불어 닥친 유럽의 극우 바람을 타고 신 나치 조직이 주축을 이룬 훌리건이 국가 이미지를 손상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훌리건의 발원지로 알려진 영국은 물론 프랑스 등은 예비 훌리건을 출국 금지했다. 하지만 훌리건들이 인터넷 등을 이용해 갈수록 체계적으로 난동을 준비하는 데다 구성도 실업자, 빈민 등 저소득층에서 상류층으로 확대되고 있어 빈틈 없는 단속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 영국과 독일의 단속 대조
영국 치안 당국은 최근 전과(前科)와 상관 없이 위험 인물로 파악한 1,030명에 대해 월드컵 개시(31일) 5일 전까지 경찰서에 여권을 제출토록 명령했다. 대회 기간 동안 예비 훌리건의 여권을 경찰이 보관하기 때문에 출국 금지나 마찬가지다. 해당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프랑스도 이와 유사한 조치로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그만큼 훌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영국은 지난 해 월드컵 유럽 예선 때에도 비슷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2배로 늘었다. 지난 해 영국에서 축구 경기 관련 위법 행위로 체포된 사람은 3,391명으로 전년에 비해 8.1% 증가했다.
독일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경찰을 폭행해 뇌사 상태에 빠뜨려 사상 최악의 훌리건으로 기록된 독일 신 나치 조직의 마르쿠스 바르네케(31)는 5년 형기를 3년으로 감형받아 지난 달 말 출옥했다. 게다가 독일 경찰은 그가 2002년 월드컵에 참석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영국 당국이 공개 비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상류층, 극우파 부상과 맞물려
훌리건의 단속이 어려운 것은 이들이 갈수록 군대식 조직으로 시위를 체계화하는 데다 인터넷 등 가능한 최신의 정보 소통망을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본격 가동한 훌리건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영국 이외에 호주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27개 국 100개 이상의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상세한 경기장 안내는 물론 ▦입국 요령 ▦연락 방법 ▦검거시 대처법 등의 정보를 올려 놓았다.
훌리건들은 최근 들어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기장보다는 인근 역 등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난동을 부리고 있다.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 등을 공공연하게 표방하는 나치 조직 등 극우 세력이 주축을 이루면서 시위 현장에는 ‘전투원’들이 나서고 뒤에서는 ‘사령관’이 휴대폰으로 지시하는 상명하달의 체계도 잡아가고 있다.
빈민층 중심에서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상류층의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해외 경기에 참여하는 훌리건들은 고소득 열광팬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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