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에서 혹평을 받으면 받을수록 박스오피스에서 큰 돈을 쥘 확률은 높다.”미국의 영화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는 이렇게 비꼬았지만 올해도 칸은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배우와 감독, 제작자와 배급자들로 붐빈다.
세계 영화제중 가장 많은 스타가 몰리고, 450개 회사가 참가하는 필름마켓에는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선전할 지 모르는 상업영화가 바이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281편(장편 939편, 단편 1342편)의 영화중 35개국 80여편(경쟁작 22편)만을 추렸을 정도로 칸을 두드리는 영화는 해마다 늘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의 수상 가능성이 높은 제55회 칸영화제가 15일(현지시간)개막, 26일까지 12일간의 축제에 들어갔다. ≫
개막 직전 미국의 유대인 단체들은 “프랑스에서 올들어 3개월간 350건의 반유대인 폭력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년간 일어난 것과 같은 규모”라며 “할리우드 스타들이 칸영화제를 보이코트 해야 한다”며 불참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개막작은 유대인인 우디 앨런(67) 감독의 ‘할리우드 엔딩’. 우디 앨런은 블록버스터를 촬영할 생애 마지막 기회를 잡은 감독이 스트레스로 눈이 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보낸 것은 물론, 생애 처음으로 칸으로 날아왔다.
“칸이 사람들로 북적대는 정신병동 같다는 얘기를 많은 이들로부터 들었지만, 프랑스인들이 나의 영화를 사랑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칸을 찾았다”는 게 우디 앨런의 설명.
폐막작은 ‘남과 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클로드 를르슈(65)감독의 ‘앤드 나우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
▼거장들의 전쟁터
올 칸 영화제는 이미 칸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감독들을 대거 초청, 노장들의 진검승부가 볼만하다. 올 본선경쟁작 22편 중 14편의 감독이 칸 진출 유경험자.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영국의 마이크 리(‘All Or Nothing’)와 켄 로치(‘Sweet Sixteen’),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10’),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Son’)는 물론 미국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Spider’), 러시아의 알렉산더 소쿠로프(‘The Russian Ark’), 폴란드 출신의 로만 폴란스키(‘The Pianist’),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The Man Without A Past’)등이 작품을 선보인다.
한 두 편의 영화로 세계 영화팬의 주목을 받고 있는 ‘꼬마 거장’들의 신작도 빠지지 않았다.
‘매그놀리아’의 미국 감독인 폴 토머스 앤더슨(‘Punch Drunk Love’)와 마이클 무어(다큐멘터리 ‘bowling for Columbine’).
이스라엘은 엘리아 슐레이만 (‘Intervention Divine’) 아모스 기타이(‘Kedma’) 2명이 진출하는 행운을 누렸다.
영미권이 본선에 지난해보다 많은 영화를 진출시킨 반면 지난해 3편이 본선에 진출했던 일본은 올해는 한 작품도 출품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임권택감독(‘취화선’)과 중국 지아장커(‘미지의 즐거움’),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만이 진출.
올해 칸 영화제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2000년 ‘춘향뎐’에 이어 올해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경쟁작에 두번째로 오른 임권택감독의 수상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일본의 구로자와 아키라, 중국의 장이무, 홍콩의 왕자웨이, 베트남의 트란 안 홍,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아시아 감독을 스타로 만들어 온 칸 영화제가 이번에는 한국의 감독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사위원과 스타들
황금종려상을 주는 경쟁부분 심사위원장은 데이비드 린치.
여기에 미국 여배우 샤론 스톤, 인도네시아 여배우 크리스틴 하킴, 홍콩 스타 양자경, ‘중앙역’의 월터 살레스 등 심사위원 8명도 쟁쟁하다.
단편과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심사위원장은 마틴 스콜세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카메론 디아즈, 잭 니컬슨, 랄프 파인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칸을 찾는다.
▼올해 칸에서는
올해 칸영화제는 화제거리도 풍성하다. 칸 영화제는 원래 1939년 첫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1차 대전 발발로 전후인 46년에 1회를 치렀다.
1회 초청 예정작이었던 ‘오즈의 마법사’ ‘굿바이 미스터 칩스’ 등 7편을 모아 ‘모래의 영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야외상영하고 수상작을 선정하는 이벤트를 갖는다.
‘술과 장미의 나날’ ‘카게무샤’ 등 고전영화 14편도 복원 필름으로 상영한다.
칸에는 ‘취화선’만 가는 게 아니다. 70대 노인의 성 문제에 초점을 맞춘 ‘죽어도 좋아’(감독 박진표 )가 비평가주간, ‘허니문’(감독 박성진)와 ‘초겨울 점심’(감독 강병화)이 세계영화학도들이 겨루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올랐다.
‘바다 속 물고기는 목 마르지 않다’(감독 손수범)은 감독주간의 중단편 외국영화부문, 스크린쿼터문화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공존의 희망을 찾아서’는 감독주간 특별프로그램으로 상영된다.
씨네클릭아시아, 미로비젼,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이픽쳐스 등이 필름마켓에 따로 부스를 차려 ‘생활의 발견’ ‘후아유’ ‘재밌는 영화’ ‘소름’ ‘아이언 팜’ ‘나쁜 남자’ ‘낙타(들)’등 27편을 판매한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유길촌 위원장과 김홍준 위원 등으로 참가단을 구성해 한국영화 홍보에 나선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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