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오피스텔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선착순분양 및 사전분양 금지, 용적률 제한 추진 등 악재가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뀌고 있다.지난해 절정기를 맞았던 오피스텔 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오리’ 대접을 받았다.
‘모델하우스 푯말만 꽂아 놔도 분양이 절반은 끝난 셈’이라고 하던 때가 불과 2~3달 전이다. 분양 2~3일만에 100% 계약을 끝내는 오피스텔도 부지기수였다.
■계약률 급락 속출
3월 말 서울 도심권에서 분양된 A오피스텔은 한 달 보름이 지났지만 계약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사전예약을 통해 고객확보에 힘썼고 여러 장점을 갖춘 상품이라 당초 분양성공을 자신했던 업체측은 고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서울 광화문의 B오피스텔도 내방객이 급감하는 등 예전 같지 않은 현장분위기로 인해 당혹해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보다 일산, 분당 등 수도권이 더욱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공급이 집중됐던 일산 등의 분양시장은 거의 초토화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계약률을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어서 정확한 집계는 힘들지만 초기 계약률이 20~30%에 불과한 곳이 상당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분양을 앞둔 업체들도 대책마련에 여념이 없다. 이달 하순 분당에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C사는 계약률 목표치를 낮춘 가운데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피스텔 열기가 식었음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이른바 ‘큰손’들이 사라진 것. 작년까지만 해도 한 오피스텔에서 5채, 많게는 10채까지 계약하는 큰손들이 적지 않았다.
세중코리아 한광호 실장은 “투자감각이 뛰어난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은 향후 오피스텔 시장이 어려울 것임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과잉 우려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재건축아파트 투자자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이 나온 이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심리적 위축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품별 차별화 전망
그러나 오피스텔 시장이 완전히 주저앉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가 오히려 비이상적인 호황이었다는 것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2~3년 전만해도 3개월동안 분양해서 70% 계약하면 대박이었다”며 “그에 비하면 현재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과잉 문제는 향후 투자여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오피스텔 투자수익(주로 임대수익)이 감소하고 지역별, 상품별 차별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한 실장은 “서울에서는 왕십리, 서울대입구역 부근 등 신규공급이 많지 않은 지역이 좋아 보인다”며 “특히 주거용 오피스텔 임대수요자들은 자금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10평형대 이하 상품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철저한 임대관리 ▦저렴한 관리비 ▦여유있는 주차공간 등도 세심히 따져봐야 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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