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14일 귀환한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파격적인 방북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김 위원장의 답방 재확인, 금강산 면회소 설치, 국군포로 생사확인 등 하나같이 포기할 수 없는 남북 숙원사업들이다. 특히 두 사람의 면담은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아들과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딸 간의 만남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우선 현재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 중 하나인 금강산 댐 안전성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이 공동 실태조사에 응할 뜻을 밝힌 것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된다.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대남비서가 “남측 언론이 금강산 댐 부실공사를 제기해 경협추진위가 열리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이 문제는 최근 남북관계의 핵심 고리였다.
13일 평양 백화원 초대소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박 의원의 제안에 지지를 보내며 수락하는 형식으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은 무려 3시간에 걸쳐 단독면담 및 만찬을 갖고 부친들이 일군 7ㆍ4 공동성명의 정신을 이어받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북측의 박 의원에 대한 예우는 국빈을 방불할 정도로 깍듯했다. 박 의원의 일정에는 대남 실세들이 대거 출현했고, 북측은 14일 자정에 김 위원장과의 면담 소식을 전하며 박 의원을 ‘국회의원이며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여사’라고 불렀다.
박 의원의 방북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북측과 박 의원측 모두 이해가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보수적 색채의 박 의원을 통해 국제사회에 평화 의지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고, 신당 창당 등 정치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 의원은 차세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다. 박 의원이 창당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방북일정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의 방북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박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공식 방북하지 않았다. 박 의원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사실상 면담 성과를 정책으로 연결시키길 포기했다.
그러나 방북결과 설명을 앞세워 정치인들은 물론 국민과도 두루 접촉할 연결고리를 마련한 셈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박근혜 일문일답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14일 오전 판문점을 거쳐 귀국한 후 두 차례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 밝혔다.
- 김 위원장을 언제 만났나.
“어제 저녁 7시에 김 위원장이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로 찾아 왔다. 배석자 없이 1시간 정도 만났고 8시부터 2시간 동안 만찬을 했다. ”
-김 위원장의 인상은.
“대화하기 편한 상대였다. 시원시원하게 답했고, 되는 것은 된다고 잘라 말했다. 남쪽 정치에 대해서도 국내 언론의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대통령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변화까지 알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아버지(김일성 주석)로부터 들은 7ㆍ4 공동성명 당시 아버지(박정희 대통령)의 일화도 소개했다.”
- 이산가족 문제는.
“상설면회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그 전에 동해안 철도가 꼭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얘기가 있었다. 복원ㆍ연결 합의가 된다면 육로를 따라 상설면회소를 설치하고 상봉장도 마련하기로 했다. 6.25 당시 행방불명자의 생사 확인에 대해서도 '하겠다, 적십자를 통해 할 수 있다'고 했다.”
--답방 문제도 물어 봤나.
“약속한 대로 서울을 답방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하자 '안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답방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대답했다.”
-경의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
“그것이 물류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반응이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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