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이후 추진된 재벌개혁으로 6대 이하 중ㆍ하위 재벌그룹 계열사의 경영 독립성은 강화된 반면, 삼성 LG SK 현대 등 최상위 재벌 계열사의 그룹에 대한 종속성은 오히려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소수 지분을 가진 그룹 총수가 제왕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관행 역시 여전한 것으로 추정됐다.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제위기 이후 재벌정책의 성과에 대한 실증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1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4년 동안 25대 재벌그룹의 136개 상장회사 주가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외환위기 이후 6~25대 그룹 계열사의 경영 독립성은 크게 높아졌으나, 대우그룹을 제외한 상위 4대 그룹 계열사의 그룹 전반에 대한 종속성은 심화했다.
6위 이하 중ㆍ하위 재벌그룹의 경우 계열사 주가와 그룹 경영 위험간의 상관계수가 외환위기 전 0.67에서 위기 후 0.01로 크게 감소한 반면 5위 이상 최상위 재벌의 상관계수는 0.27에서 0.57로 높아졌다.
조성욱 연구위원은 “중ㆍ하위 그룹은 개별 계열사가 그룹전반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위 재벌에서는 그룹 영향력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증가했으며, ‘그룹위주 경영’이 완화됐다는 주장이 주식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 보통주와 우선주의 주가 괴리 추이를 분석, 그룹 오너의 전횡적 경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수 지분을 가진 그룹 오너가 경영권을 장악하려고 노력할수록 의결권 있는 보통주와 의결권 없는 우선주 주가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는데, 외환위기 이후에도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괴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6년 재벌계열 상장사 보통주의 우선주 대비 프리미엄은 약 95%였으나 재벌개혁이 추진된 99년에도 평균 프리미엄은 125%로 오히려 30%포인트나 증가했다.
KDI는 한국 재벌기업의 보통주 프리미엄이 외국에 비해 높은 점을 근거로 재벌 오너가 챙기는 사적 이익이 외국 경쟁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 조 연구위원은 “보통주 프리미엄은 미국의 경우 5.4~10.5%, 스웨덴은 6.5%, 영국은 13.3%, 스위스와 독일 등은 20~30% 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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