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처님 오신 날. 절간이 결코 절간 같지 않은 날이다. 1년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고 가장 화려한 치장을 한다.절의 또 다른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신도가 아니더라도 여행에 나섰다면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아한 기품을 풍기면서 여행지로서도 손색이 없는 사찰을 꼽아본다.
■상원사(강원 평창군)
트레킹이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불교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월정사, 적멸보궁 등과 연계해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상원사는 오대산 중턱에 들어있는 절. 입구에 대찰 월정사가 자리잡고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약 8㎞. 차가 다닐 수 있는 비포장이지만 월정사 주차장에 차를 놓고 걷는 것이 좋다. 계곡을 끼고 나 있는 평지길이다.
약 2시간 정도의 트레킹으로 안성맞춤이다. 오른쪽으로 오대천이 흐른다. 신록을 머금은 아름드리 활엽수의 가지가 지붕처럼 계곡물을 덮었고, 티끌하나 없는 물이 바위 사이를 흐른다.
길의 중간지점에 산장을 겸한 휴게소가 있어 다리를 쉴 수 있다.
상원사, 월정사, 적멸보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세웠다. 상원사는 원래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을 보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집이다.
조선의 세조가 이 절에서 병을 고친 것이 계기가 돼 이후 왕가에서 특별히 관리했다. 이제는 제법 신도가 많은 당당한 큰 절이 됐다.
적멸보궁은 상원사보다 약 1.5㎞ 산 위에 있다. 제법 오르막이 심해 약 1시간 정도 등산을 해야 닿는다. 상원사에는 꼭 보아야 할 문화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국보 제36호)이다. 신라 성덕왕 2년에 만들어진 종인데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033)332-6666
■ 보석사(충남 금산군)
진악산은 충남 금산의 진산이다. 산세도 좋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사찰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보석사(寶石寺)이다.
이름으로 미루어 볼 때 꽤 큰 모습이 상상되지만 앙증맞을 정도로 자그마한 절이다. 그러나 역사적 무게는 만만치 않다.
신라 헌강왕 11년(885년) 조구대사가 창건했다. 한창 번성했을 때에는 500여 명의 승려와 3,000여 신도가 북적댔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영규대사가 이 절에서 수도했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고종 때 명성황후가 중창했다.
주차장을 지나 절 입구에 들어서면 일주문과 만난다. 일주문 건너편으로 400여㎙ 절까지 이르는 길이 보인다.
길 양쪽으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도열해있다. 나무 바깥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리를 타고 계곡을 건너면 보석사이다.
지금은 대웅전, 산신각, 의선각, 조사장, 응향각, 요사채 등만 남아있다. 진악산의 병풍 같은 봉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대웅전과 산신각의 모습이 단아하다.
절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는 곳에 거대한 나무가 서 있다. 천연기념물 365호로 지정된 은행나무이다.
조구대사가 제자 5명과 함께 6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들이 모두 한 몸이 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전해진다. 금산군청 문화공보관광과 (041)750-2225
■ 향일암(전남 여수시)
향일암은 유명한 기도터이다. 보리암, 보문사, 낙산사 등과 함께 4대 관음기도도량으로 꼽힌다. 여수의 맨 끝부분인 돌산도 남쪽 임포마을에 있다.
세속적 소원을 비는 곳으로 그 이름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아름다움 만으로도 빛나는 절이다.
이 절을 창건한 이는 원효대사. 신라 선덕여왕 8년(659년)에 기어서 오르기도 힘든 돌비탈에 원통암이라는 암자를 짓고 수행을 했다.
절은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고 증축, 보수되면서 현재의 이름과 모습으로 남아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큰 바위 사이로 사람 하나가 겨우 드나들 정도의 비좁은 터널을 지나면 경내가 시작된다.
물론 새로 마련한 일주문이 있기는 하다. 대리석 용주로 만든 일주문은 살림이 좋아진 최근에 만든 것이어서 이 곳의 운치와는 조금 동떨어진다.
길은 계속 바위 사이로 구불구불 돌아간다. 향일암 전체가 거대한 바위더미 위에 지어졌기 때문에 건물을 연결하는 길은 당연히 바위 사이의 틈새로 나있다.
1,000년이 넘는 세월과 그 세월을 오르내렸던 사람들에게 마모된 돌계단은 거울처럼 반들거린다.
향일암에서는 거북을 많이 볼 수 있다. 절이 올라있는 바위더미가 거북의 모습인데다, 모든 바위가 거북의 등처럼 일정한 무늬를 갖고 있다.
삼성각에서는 아예 떼로 거북을 만난다. 두터운 책 한 권 크기의 돌거북 200여 마리가 난간을 뒤덮고 있다. 등에는 하나같이 10원짜리 동전이 올려져 있다.
동전에 새겨진 다보탑의 의미가 무거워서인지 거북들은 모두 꼼짝하지 않고 바다만 응시하고 있다. (061)644-4742
글·사진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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