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체육부는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기록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훈련노트를 입수했습니다. 17개월간의 훈련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 이 노트를 김희태 명지대감독이 분석, 연재합니다. 국내 최고의 축구이론가로 꼽히는 김 감독의 분석은 한국팀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한국일보가 입수한 히딩크훈련법을 분석하면서 그가 대표팀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지도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 경기를 처음 본 것이 2000년 12월의 한ㆍ일전이다. 이후 그는 올림픽팀과 대표팀 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했다.
그 때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생각컨대 팀과 개인의 모든 단점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단계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그의 최종목표는 팀 전체의 완벽한 조화, 즉 개인보다는 팀워크의 향상이었다.
부임 초기 그가 가장 강조한 부문은 패스였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의 볼을 가로챈 뒤 찬스가 아닌 상황에서도 무리한 패스를 시도, 공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불필요한 드리블과 패스, 불필요한 볼 소유가 많다는 의미다.
그는 3개월여간 패스의 강약조절법과 볼트래핑 훈련을 중점 실시했다. 축구는 패스게임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히딩크는 1단계 훈련을 기본부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2단계 훈련으로 분류할 수 있다. 목표는 선수들에게 포지션별 역할과 임무를 명확히 인식시키는 것이었다. 주로 7-7 게임을 통해 수비와 미드필드, 포워드진이 각자 위치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를 깨우치게 했다.
자기 위치를 벗어나지 않고 절제된 움직임과 수비임무, 즉 팀플레이를 주문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앞두고 그는 웨이트훈련(3단계)에 주안을 두었다. 각자 개인의 약한 부위를 근력으로 보완하는 훈련이었다.
9월의 4단계 훈련부터 파워트레이닝을 도입했다. 3_3게임이나 기구 없이 한발로만 하는 훈련, 왕복달리기 등 축구선수에게 필요한 체력훈련이었다.
11월과 12월 평가전을 앞두고도 지속적인 파워트레이닝을 실시, 경기결과보다는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올 1월부터 그는 체력과 전술훈련을 동시에 실시했다. 체력은 주로 축구선수에게 요구되는 민첩성과 순간 스피드, 유연성에 관한 것이다.
또 전술훈련은 상대 공격수가 1명일 때 4백, 2명일 때 3백시스템으로 대응하는 등 상황에 따른 다양한 전술훈련을 체득시켰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경기를 지배하는 방법, 즉 효율적인 경기운영 능력을 배웠다.
히딩크 감독의 이러한 훈련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때는 지난 달 유럽전훈 중 가진 터키와의 평가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기는 경기보다 지지 않는 경기를 강조했는데 선수들의 절제된 움직임과 공수의 간격 유지, 자연스러운 압박이 가장 돋보였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방법은 인터벌 훈련으로 요약된다. 한국 지도자들도 이 훈련을 강조한다. 다른 점은 히딩크 감독은 피로회복속도를 중시했고 이를 위해 통계와 측정기구 등을 사용한 과학적 방법을 도입했다는 사실이다.
선수들이 20m 왕복달리기를 140회나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바로 피로회복도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선수들은 이제 히딩크 감독의 전술을 잘 이해하는 듯 하다. 우선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으며 움직임에 절제가 있고 공수의 균형이 잡혔다.
그럼에도 아직 단점(특히 수비)은 많다. 그것은 어찌 보면 선수 개개인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훈련법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면서 지적하겠다.
김희태ㆍ명지대감독
■히딩크의 단계별 훈련
*1단계 -2001년 1월~ 패스 훈련
불필요한 볼 소유시간을 줄이고 빈공간을 활용하는 패스 강조
패스의 강약과 볼 트래핑 등 기본기 훈련
*2단계 - 2001년 4월~ 포지션별 임무 훈련
7-7게임 통해 각 자의 위치에서 절제적인 움직임 강조
공수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팀의 균형을 잡는 훈련
*3단계 - 2001년 5월~ 웨이트 훈련
개인의 신체별 약한 부위 근력 보완
*4단계 - 2001년 9월~ 파워트레이닝
축구선수에게 필요한 체력 훈련
3-3게임, 왕복달리기 등 통해 피로 회복 속도 증진에 주력
*5단계 - 2002년 1월~ 체력ㆍ전술훈련
축구선수에게 요구되는 민첩성과 순간 스피드, 유연성 훈련
3백, 4백 등 상대 공격수 변화에 따른 대처 전술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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