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 14경기 11득점 43실점. 한국축구는 본선에서 어마어마한 실점을 기록했다. 세계축구와의 수준차는 인정하더라도 유능한 골키퍼의 부재가 치욕적인 기록에 한몫 한 것이다.특히 이번 대회는 탄력이 좋은 공인구 피버노바의 사용과 공격축구를 유도하겠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의지가 겹쳐 어느 대회에 못지 않은 골풍년이 예상된다.
예선에서 파워 넘치는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의 공격수들을 차례로 상대해야 할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16강은 물론이고 내심 8강도 노려보겠다“는 호언장담처럼 김병지(32ㆍ포항)의 입심은 여전하다. 김병지를 키운 원동력은 이런 자신감과 자부심일 것이다.
김병지는 지난해 1월 홍콩 칼스버그컵 우루과이전에서 미드필드까지 전진했다가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난 뒤 8개월 이상 이운재에게 에이스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나 “98년 이후로 주전은 나였고 항상 다른 선수들이 도전해오는 양상이었다“며 “지금 여론도 나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인다.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뛰어나와 수비수들과 공을 주고받는 그의 모습은 사실 수동적인 골키퍼만 보아온 팬들에게는 충격적.
그러나 김병지는 히딩크 감독의 주문사항은 적극적인 방어라고 소개했다. 실점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주춤거리다가 큰 각도에서 날아오는 슈팅을 속수무책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김병지는 벌써부터 본선무대를 그린다.
“나는 이운재의 능력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달 27일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위협적인 문전공격을 수 차례 선방한 이운재(29ㆍ수원)를 이렇게 평했다.
좀처럼 골문을 벗어나지 않는 이운재의 진중함은 김병지의 화려함과 대조되지만 사실 월드컵 출전은 김병지보다 먼저였다. 이운재는 94년 약관 21세로 미국월드컵 독일전에서 대선배 최인영을 대신해 첫 본선 대를 밟았었던 것.
차범근감독 이후 중용된 김병지에 다소 밀리는 감이 있었지만 정확한 판단력에서 나오는 위치선정, 페널티킥 처리 등에서 김병지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으며 8년만에 본선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북중미 골드컵 멕시코전에서 이운재가 보여준 신들린 듯한 페널티킥 선방에 대한 기억은 김병지와 이운재를 저울질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할 것이다.
신예 김용대(23ㆍ부산)를 제치고 최은성(31ㆍ대전)이 월드컵팀에 합류한 것은 이변중 이변으로 꼽힌다. 하지만 축구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최은성 만큼 1대1 싸움에 능하고 볼과 몸이 반대쪽으로 쏠려도 역동작으로 볼을 쳐낼 수 있는 순발력을 지닌 골키퍼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30세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최은성의 최종발탁에는 노련미와 성실성, 파이팅도 한몫 했다.
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훈련장에서 필드플레이어를 독전하는 목소리가 가장 큰 선수도 최은성이다. 김병지 이운재와의 주전경쟁이 버겁지만 기회가 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지 이운재 최은성
●김병지
생년월일 1970년4월8일(밀양)
신체조건 184㎝ 77㎏
출신교 밀양초-밀양중-소년의집
소속 현대-울산현대-포항
A매치경력 58회 68실점
월드컵 출전 98년
가족관계 부인 김수연씨와 1남
●이운재
생년월일 1973년4월26일 (청주)
신체조건 182㎝ 82㎏
출신교 청남초-대성중-청주상고-경희대
소속 수원삼성
A매치경력 31회 34실점
월드컵 출전 94년
가족관계 부인 김현주씨
●최은성
생년월일 1971년4월5일(하남)
신체조건 184㎝82㎏
출신교 성내초-포철중 -청주상고 -강동고-인천대
소속 국민은행-사무-대전
A매치 경력 1회1실점
월드컵 출전 없음
가족관계 부인 이미연씨와 1남1녀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