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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쓰는 편지 / 자랑스런 아들 명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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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쓰는 편지 / 자랑스런 아들 명보야

입력
200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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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아들 명보야!우리를 애타게 만들던 월드컵도 개막이 며칠 남질 않았구나. 가장 고달프고 괴로웠다는 서귀포 체력훈련을 마치고 인터뷰하는 네 모습을 신문지상에서 봤다.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그을린 너의 얼굴에서 자신감을 읽었다. 정말 자랑스럽더구나.

지난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부상으로 한동안 대표팀을 떠나 있었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가족은 네가 혹시 의기소침해지지 않을까 무척 조심스러워 했다.

일본 J리그가 끝나고 쓸쓸히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를 기억하지? 너의 체력이나 스피드에 대해 말들이 있었지만 너는 흔들리지 않았다. 개인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다행히 몸까지 완벽하게 만들었더구나.

그리고 3월부터 다시금 한국대표팀의 선수로 당당하게 나섰다. 9개월만에 돌아온 대표팀에서도 너의 가치를 입증했지.

‘홍명보 선수 덕에 한국수비가 철옹성이 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접하거나 어린 대표선수들이 ‘홍명보형이 돌아와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할 때면 정말 마음이 뿌듯해진다.

온 국민이 너의 부상회복을 기원했고 네가 한국대표팀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너의 복귀를 기뻐했을 게다.

네가 고려대학교 3학년 때였던가?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 첫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던 때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너는 90년대 이후 한국축구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빠지지 않고 서 있었지.

수비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조율하고 가끔은 기습적인 대포알 슈팅을 날리는 모습에 온 국민이 환호했단다.

이제는 든든한 중앙수비수로, 팀의 주장으로 조국 땅에서 열리는 영광스러운 월드컵에 나서게 됐구나. 축구라는 것이 짧은 시간에 실력이 갑자기 느는 운동은 아니잖니.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독일 이탈리아에 맞서 최선을 다해 싸웠던 그 때의 감동을 국민 모두가 기대하고 있을 게다. 4번째 월드컵 출전. 한국 축구선수 사상 최다 A매치 출전. 국민들은 이런 수식어에 걸맞게 최선을 다하는 네 모습을 보고싶어 할 게다. 그렇다고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팀의 정신적 지주라는 말에 부담을 갖지는 말아라. 모두 함께 열심히 하는 가운데 너를 믿고 따르겠다는 말이겠지.

그래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남은 세 차례의 평가전을 잘 마무리하고 6월4일을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지. 너를 믿는다. 온 가족이 자랑스러워하는 명보, 모든 국민이 믿는 명보의 모습을 볼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마지막까지 건강해라.

부친 홍인우(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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