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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하이닉스 법정관리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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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하이닉스 법정관리 검토를

입력
200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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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채권단의 매각안을 부결시킨 이사회가 사업분할안을 통과시켰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채권단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통과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하이닉스는 2000년 말 부채가 11조원에 달했다.

2001년 말 채권자들의 양보를 통해 부채를 6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였으나, 2001년에 영업손실이 1조 2,900억원에 달하여 과연 빚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 같아서는 하이닉스가 앞으로 벌어들일 영업이익의 현가(現價)인 존속가치에서 부채를 뺀 순(純)기업가치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이사회에서 부결시킨 매각방안이 적절한 안이었는지는 언론 보도의 내용만으로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존속가치의 대부분이 부채이거나 마이너스인 부실기업의 의사결정이 채권자가 아닌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에 의해 내려지는 것은 경제상식에 어긋나며, 많은 문제가 있다.

채무 상환이 어려운 기업의 자산의 대부분이 결국 부채인데, 기업자산의 운영은 잔존기업가치의 극히 일부만을 소유한 주주의 입장 위주로 운영되는 것은 유인구조 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주주보다는 자기 돈이 걸린 채권자의 입장이 사태의 효율적인 해결방향에 더 부합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닉스 문제가 결정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는 현재의 협상구도 하에서는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합리적인 해결방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당연히 각자 자신의 이익 위주로 움직인다. 주주, 종업원, 하청업체에게는 현 상태의 지속이 최선이다.

못 갚는 빚은 채권단이 탕감하던지 유예해 주고, 그래도 자금이 모자라면 채권단이 추가로 신규자금을 대출해 주어서 반도체 값이 회복될 때까지 회사가 차질 없이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채권자들간에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꾸어준 돈이 상대적으로 적고, 담보도 잡지 못한 금융업체는 회사를 살리는 부담은 정부가 대주주이고, 채권액수가 큰 일부 은행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의 채권은 만기가 도래하면 즉시 회수하고 싶을 것이다.

채권액수가 큰 은행들은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지켜보면서 은행의 경영과 산업정책 사이에서 계속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법원 밖에서 이루어지는 채무재조정 협상이 갖는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법원 밖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을 통해서는 회사의 존속가치가 제로(零)이거나, 미미해도 이사회의 결의가 없으면 구조조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손실분담은 다른 채권자에게 미루고 자신의 채권은 제대로 회수하려는 일부 채권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

물론 부실기업 문제를 모두 법원을 통해 해결할 필요는 없다.

부채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채권자 구성도 단순하고, 기업의 수익력이 분명한 경우에는 법원 밖에서 이해당사자들간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부채의 규모가 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하이닉스와 같은 경우에는 법정관리가 더 효율적인 대안일 가능성이 높다.

법정관리에서는 살릴 기업만 살리되, 회생시키는데 필요한 손실은 이해당사자들에게 비교적 공평하게 분담시키며, 주주나 일부 채권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잘 통하지 않는다.

사업분할과 M&A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채권은행에서는 이미 수 조원에 달하는 채무조정 이외에 막대한 신규자금을 지원하였고, 그동안 하이닉스를 살리기 위한 희생을 충분히 했다.

이제는 자본시장의 원리에 따라 행동할 때가 되었다. 하이닉스 문제를 법정관리를 통하여 해결하는 대안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이닉스에 대해 또 금융기관의 지원을 요구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 돈을 투자하는 것이 떳떳할 것이다.

남일총 KDI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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