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초등학교 5학년 막내로부터 섬찟한 얘기를 들었다.얼마 전 대청소에서 교실바닥을 닦던 아이들이 철 수세미에 여러 명이 손을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고무장갑을 갖고 간 막내는 다치지 않았지만 면장갑을 꼈던 다른 아이들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영악하게도 고무장갑을 가지고 갔던 막내를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어른도 쓰기에 조심스러운 철 수세미로 교실바닥을 닦도록 한 '엽기적인 선생님'을 원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 그것도 잠시, 그 얘기를 듣던 아내는 한술 더 떴다.
우리 아이가 5학년이나 됐으니 망정이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어머니들을 동원해서 대청소를 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말은 점잖게 '직장에 나가시지 않는 어머니', '바쁜 일이 없으신 어머니'로 하여금 자원봉사토록 했다지만 사실은 '강제동원'이나 다름 없었다고 한다.
물론 기꺼이 응하는 어머니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학교에 애를 맡긴 것이 무슨 죄인 양 안 나갈 수 없었다는 게 아내의 말이었다.
■ 문득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갖고 간 콩기름으로 교실 바닥을 열심히 문지르던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철마다 해어진 내복이나 속옷 등을 꿰매 만든 걸레를 학교에 내던 일, 매일 방과후 청소할 때마다 교실 바닥을 기름걸레로 닦던 기억도 생생하다.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우리의 학교는 여전히 마루바닥을 닦는데 그토록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것도 어린 고사리 손이나 어머니들을 동원해서까지 말이다.
■어릴 적부터 노동의 신성함을 가르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교청소가 꼭 고사리 손과 학부모의 손을 빌려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일, 학교물건을 깨끗하고 소중히 사용하는 일 등 교육과정이 얼마든지 있다.
학교에서의 청소가 어린이들에게 주변환경을 깨끗이 하는 차원 이상으로 과중한 노동이어서는 안 된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마당에 학생과 부모들에게 학교청소로부터 해방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신재만 논설위원
jmnew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