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원화강세(환율하락)은 수출부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경제 전체로는 크게 나쁠 것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현 원화절상이 원화만의 ‘나홀로 강세’가 아닌 다른 통화와 ‘더불어 강세’인 만큼 수출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인플레를 약화시킴으로써 오히려 금리인상 압박을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 역시 금년도 환율을 1,150~1,200원대로 놓고 경영전략을 짠 상태여서, 1,20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지 않는 한 경영상 큰 애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원화강세냐 달러약세냐
최근의 환율움직임은 원화강세 보다는 달러약세의 측면이 훨씬 강하다.
현재의 원ㆍ달러환율은 1,280원 안팎으로 작년대비 2.62%(10일 현재) 절상된 상태. 이는 일본 엔화(3.13%)나 유로화(2.73%)의 절상률 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만의 뉴타이완 달러(1.11%)를 제외할 경우 태국 바트(3.10%) 인도네시아 루피아(12.01%) 등 대부분 주변국 환율은 우리보다 훨씬 큰 폭의 절상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달러화의 약세속에 대부분 국가 통화가 동반강세를 띠고 있는 만큼 국내 수출의 가격경쟁력 약화요인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은 원ㆍ달러 보다는 엔ㆍ달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엔ㆍ달러환율은 현재 100엔당 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900원대까지 떨어졌던 2~3월에 비하면 오히려 절하된 상태여서 대일(對日) 경쟁력도 아직은 침하현상이 빚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고정환율(1달러=8.28위안)을 택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수출가격 경쟁력의 부분적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들로선 환율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적어도 대기업들은 대체로 현재 환율을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상 환율은 1,150원”이라며 “충분히 보수적으로 책정한 만큼 아직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박사는 “환율하락으로 기업의 현금흐름과 채산성은 다소 나빠지지만 현재 수준에선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1,250원이하로 급락할 경우 기업수익에 직접적 부담을 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간접적 긴축효과
환율하락은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인플레 압력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원화절상은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긴축효과를 낼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인플레 압력의 선제적 차단과 저금리 정책의 필요성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통화당국으로선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금리인상 효과를 주는 환율하락이 고마울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許贊國) 박사는 “현재로선 원화강세가 수출감소효과는 크지 않은데다 물가압력을 경감시켜 통화ㆍ금리정책의 운신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경제 전체적으로보면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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