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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견 행간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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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견 행간을 읽어라"

입력
200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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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능력은 있는데 보는 능력은 없다.”증시에 매일 쏟아져 나오는 기업분석보고서를 대하는 일반투자자에게 한 현직 애널리스트가 던진 말이다. 이른바 ‘강력 매수’ ‘매수’ ‘보유’ 등 각종 투자의견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안타깝다는 얘기다.

애널리스트가 직접 이 같은 말을 할 정도로 일반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에 ‘속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영국계 증권사인 UBS워버그의 삼성전자 투자의견 하향의혹이 제기되자 시장 전문가들은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은 액면대로 이해해서는 안되며 반드시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종목 투자의견은 크게 매수와 매도 의견을 두 축으로 해당종목의 예상수익률과 시장수익률을 비교해 강력매수ㆍ매수ㆍ시장평균ㆍ시장수익률하회(또는 매도) 등으로 나뉜다. 증권사별로 용어도 다양하고 기준도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시장수익률 대비+30% 이상 주가상승이 예상되면 강력매수, 10~30%는 매수, -10~10%는 시장평균, -10%이하는 시장수익률 하회(또는 매도) 추천을 내고 있다.

문제는 이를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것. 큰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지만 시장수익률과 대비되는 지표인 예상 수익률이 전적으로 애널리스트의 자의적인 판단에 달려 있다는 점이 행간을 읽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애널리스트들은 각 기업의 실적 전망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정하고(밸류에이션), 이를 해당 업종 및 현재 주가와 비교해 적정주가를 산출하고 투자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을 높게 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정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여 투자의견을 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애널리스트는 “실제 적정주가 계산 결과 시장평균인 4만원이 나왔다면 기업의 향후 예상실적치와 적정 PER를 일부러 높게 조정해 목표주가를 5만원, 매수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애널리스트의 서열을 평가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잘 보여야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분석 정보가 일반투자자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애널리스트들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펀드매니저들에게 먼저 전달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른바 ‘미는 종목’을 좋게 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보고서가 일반에 공개 될 때 쯤이면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기관들은 이미 팔아버리고 개인들은 이를 비싼 값에 사들이는 악순환이 된다는 것.

때문에 증시 주변에선 강력매수 추천이 아니면 사실 모두 ‘매도’라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는 애널리스트들의 양심선언도 많다. 한 중견 애널리스트는 “만약 어떤 종목이 강력매수에서 매수로 투자의견이 하향조정됐다면 이는 ‘팔아라’는 의미와 다름없다”면서 “매도 추천이 거의 전무한 현실에서 시장평균이니 보유니 시장수익률상회라는 등의 애매한 용어는 곧 매도를 돌려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강력매수라는 투자의견의 변화는 없지만 목표주가(적정주가)를 낮춘 경우도 ‘사지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대신증권 강록희 애널리스트는 “종목 리포트를 볼 때는 기업의 확정된 실적을 보고, 추정 실적치가 논리적으로 맞는지 등 기업의 펀더멘털을 먼저 따져 봐야 한다”며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 자체를 맹신하지 말고 물론 보고서 속에 담긴 내용을 꼼꼼이 분석한 뒤에 투자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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