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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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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못

입력
2002.05.13 00:00
0 0

- 이하석 -

못 가엔

간밤 어둠이 지운 것들이

새로 핀다

깔고 앉았던 이의 시름 무게로 신문지엔

한 사건이 움푹 꺼져 있다

한 계절의 꺼진 부분에 대해

딱정벌레는 이미 수색을 끝냈다

자살한 사람 시체가

다시는 떠오르지 못하게 가둔 못물을

해 들자 화들짝 핀

어리연꽃이 덮어버린다

■시인의 말

드러난 정경과 그 속에서 일어났던 숨겨진 사실 간의 긴장, 그리고 그런 것들을 아랑곳 않는 무심함으로 풍경은 존재하는가? 봄이 가고 여름이 열리는 못물이 수상하다. 인간이 얼찐거린 기척이 상기 걷어내지지 않았기 때문인가?

■약력

▲1948년 경북 고령 출생 ▲197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투명한 속' '우리 낯선 사람들' 등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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