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석 -
못 가엔
간밤 어둠이 지운 것들이
새로 핀다
깔고 앉았던 이의 시름 무게로 신문지엔
한 사건이 움푹 꺼져 있다
한 계절의 꺼진 부분에 대해
딱정벌레는 이미 수색을 끝냈다
자살한 사람 시체가
다시는 떠오르지 못하게 가둔 못물을
해 들자 화들짝 핀
어리연꽃이 덮어버린다
■시인의 말
드러난 정경과 그 속에서 일어났던 숨겨진 사실 간의 긴장, 그리고 그런 것들을 아랑곳 않는 무심함으로 풍경은 존재하는가? 봄이 가고 여름이 열리는 못물이 수상하다. 인간이 얼찐거린 기척이 상기 걷어내지지 않았기 때문인가?
■약력
▲1948년 경북 고령 출생 ▲197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투명한 속' '우리 낯선 사람들' 등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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