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왜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매도의견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애널리스트가 적극 매수(strong buy)를 권유하지 않는 종목은 대충 진짜 매수가 아니라고 행간의 뜻을 읽어야 하며, 전문가들이 더 사고 싶지않은 종목은 판다는 자세로 임하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요즘 적극매수 리포트 숫자가 줄어든 것은 장세에 대한 작은 힌트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애널리스트가 매도 추천을 못하게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나쁜 소식을 자기가 제일 먼저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옛 로마에서는 패전 소식을 들고 온 전령을 처형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패배라는 바이러스가 군대 전체에 퍼질 것을 염려해서다.
증권시장에서도 비록 옳은 의견이라고 해도 나쁜 얘기는 꺼리게 된다. 더구나 그 예언이 맞게 되면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는 원망을 사기 십상이다. 긍정적으로 보다가 틀리면 너그럽게 이해되지만, 부정적으로 보다가 틀리면 용서받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사실 주식을 팔고 난 뒤 주가가 올라가서 느끼는 고통은, 산 뒤 떨어져서 느끼는 고통의 세 배쯤 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는 매도 의견을 내야 한다. 물론 그에 따르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다.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집단 이기주의, 특히 내가 팔 때까지는 그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회사 앞에 와서 데모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증시가 선진화되려면 이러한 투자자들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
유태인들은 회의에서 전원이 같은 의견을 내는 만장일치의 결론은 무효로 한다고 한다. 어떤 장세에서도 주식은 사는 주식과 동일한 주식 수 만큼 팔린다. 따라서 투자 의견도 매수가 반이면 매도가 반인 것이 정상이다. 이런 논리가 통하는 증시가 되었으면 한다.
/제일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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