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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탐구 / 이회창(하)궁금증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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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탐구 / 이회창(하)궁금증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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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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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는 한 자연인에 대한 가장 치열한 검증 무대이다. 후보의 모든 것을 국민 앞에 드러내 놓고 비교 평가를 받게 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1997년 대선 때 이미 이 무대에 올랐고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 문제 등이 불거져 나와 치명타가 됐다.그러나 당시는 그가 여당 후보였기 때문에 완벽한 검증과 해부가 어려웠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거대 야당의 지도자로서 ‘야당 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며 당연한 대통령 후보로 여겨져 온 그에 대해 여권은 각종 의혹을 제기해 왔다.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지금까지 제기된 것 이상의 의혹과 논란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 정체성과 이미지

이 후보는 지난달 초 당내 경선 출마 회견에서 “급진세력이 좌파적 정권을 연장하려 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현 정권에 대한 이념 공세였지만 스스로의 이념 성향을 ‘우파적’이라고 밝힌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념 스펙트럼 위에서 그의 자리는 분명하지 않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도 보수ㆍ개혁 양 진영으로부터 공격받기 일쑤다. 최병렬(崔秉烈) 의원 등 완강한 보수파로부터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고, 이부영(李富榮) 의원 등 개혁파에게서는 “개혁을 외면한다”고 비난을 받았다.

이 후보 스스로도 자신의 보수 노선을 밝힐 때 굳이 ‘개혁적’, ‘합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보수를 기조로 하되 개혁과 자기 쇄신을 지향하는 보수”라는 설명이지만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후보가 이런 지적을 무릅쓰고 보수와 개혁ㆍ합리를 덧붙이는 데는 나름대로의 까닭이 있다. 우선 우리 사회에서 진보, 좌파라는 용어가 사회주의, 친북 이미지와 겹치는 경향이 있듯 보수라는 말도 수구, 반개혁, 부패라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대선 득표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주요 지지기반이 보수층인 것은 분명하지만 보수 한 색깔만으로는 젊은, 개혁 성향 유권자의 표를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 그가 민주당 노 후보의 ‘신민주연합론’에 맞서 내놓은 ‘국민대통합론’이 ‘보수대연합론’으로 불리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또한 그에게는 귀족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국민에게 최대한 다가가야 하는 대통령 후보로서는 큰 약점이다. 경쟁자인 노 후보의 서민 이미지와 너무 뚜렷하게 대비된다. 따라서 이 후보는 이런 이미지를 부정하면서 희석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끼니를 때우고, 모텔에서 잠을 자는 등 한껏 몸을 낮추어 보인 것도 지극히 당연한 대선 행보다.

그는 경기고_서울법대_대법관_국무총리 등 순탄하고 화려한 길을 걸어 왔다. 또 친가 외가 처가까지 모두 내로라 하는 명문 집안이어서 이런 이미지를 완전히 씻기는 어렵다. 더욱이 호화빌라 파문이 이런 국민의 인식을 더욱 굳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는 공직자로 일생을 검소하고 청렴하게 살았다”며 “나는 학창 시절 신문 배달도 했고, 부산 피난 시절에는 우체국 말단 노무직으로 일한 적도 있다”고 결코 유족하지만은 않았던 어린 시절을 언급한다. “공부를 잘해 자수성가한 엘리트일 수는 있어도 절대 귀족은 아니다”는 항변이다.

■ 가족 및 재산 문제

97년 대선 때 덫이 됐던 장남 정연씨의 병역 면제 문제는 여전히 대권 가도의 걸림돌이다. 다만 이 문제는 더 이상 검증의 문제는 아니다. 이 후보는 “군에 간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해 죄송하다”며 수차례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런 사과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유권자 판단의 몫이다. 정연씨의 딸 출산을 두고 빚어진 ‘원정 출산’ 논란도 “국내에서 출생 신고를 했다”고 이 후보측이 해명한 바 있어 비슷한 문제가 됐다.

부친 이홍규(李弘圭)씨의 친일 여부는 이번 대선의 주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권에서는 “일제 시대 검찰 서기를 지냈다면 틀림없이 독립투사를 탄압했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고리를 걸어 두었다.

이 후보측은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후보가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형 판결에 어느 정도 관여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형 판결을 내린 혁명재판소의 심판관이었다”는 공세에 대해 이 후보측은 우선 “초임판사 시절 차출됐으며 재판의 주심도 아니었다”고 피해 나갔으나 논란 여지는 남았다.

빌라 문제는 두고두고 이 후보에게 짐이 될 조짐이다. 따지고 보면 이 후보의 미온적인 초기 대응이 문제를 키운 측면도 크다. 맨 처음 여권에서 두 채의 빌라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을 때 마지못한 해명에 그쳤다.

여권은 기다렸다는 듯 사위까지 윗층에 산다고 폭로했고 그는 그제서야 이를 시인했다. 대통령 후보의 모든 것은 공적 영역에 들어 가 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여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빌라의 실 소유주가 이 후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측이 강력 히 부인하고 있고, 여권도 물증을 내놓지 않아 차명 여부는 아직 미정리 상태다.

■ 세풍(稅風) 총풍(銃風) 안풍(安風)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 자금 모금 사건(세풍), 판문점 총격 요청 사건(총풍), 안기부의 96년 총선 자금 지원 사건(안풍) 등 3풍 사건은 잠복한 대선 쟁점이다. 이 후보측은 “세 사건 모두 이회창 죽이기를 위한 여권의 음모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풍의 경우 지난해 11월 항소심 결과가 이 후보에 유리하게 나왔다. 이 후보의 사전 인지 및 관련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 안풍 사건도 인화성이 약하다. 당시 총선 자금 집행 계통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게 이 후보측 주장이다.

다만 세풍은 아직까지 폭발력을 지닌다. 주범격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올 2월 미연방 수사국에 체포됐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씨의 신병이 대선 전에 국내에 인도될 경우 대선 정국의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이밖에 여권을 혼돈으로 몰아넣은 최규선(崔圭善) 게이트 또한 이 후보측에 부메랑으로 돌아 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최씨가 검찰 진술에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을 통해 최씨의 돈이 전달됐을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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