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연말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최대 격전지다. 이 곳의 승패가 지방선거 성적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띠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반면 인구수는 월등히 많고 보수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고르게 분포해 있는 게 특색이다. 현재 부동표 비율이 30%를 훨씬 넘는다는 것도 승부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60대 기업인 출신인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전 의원과 386 운동권 출신의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의원이 맞붙은 서울시장 선거는 보수 안정(이 후보)과 진보 개혁(김 후보)의 싸움으로 대선의 축소판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는 2~3% 포인트 차이의 오차범위내에서 대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및 여성에서는 김 후보, 40~50대와 남성 유권자에선 이 후보가 우세다. 지난달까지 5~10% 포인트 정도 앞서며 초반 기세를 잡았던 김 후보가 ‘홍3 게이트’의 악영향으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 이 후보의 지지도는 상승해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인천시장 선거는 전직 최고 경영자(CEO)간의 대결로 압축된다.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동양그룹 기조실 사장 출신 안상수(安相洙ㆍ한나라당) 후보와 대한제당 사장 출신으로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박상은(朴商銀ㆍ민주당) 후보가 뜨거운 승부를 예고하고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10% 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60% 정도가 무응답 층이거나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해 부동층 흡수 여부가 승부의 관건이다.
3선 의원으로 YS 정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한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후보와 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민주당 진념(陳稔) 후보간의 경기지사 선거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지도에서는 진 후보가 다소 앞서 있지만, 손 후보는 오랜 기간 경기도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낸 경력에다 1998년 선거 때 임창열(林昌烈) 현 지사에게 고배를 마신 적이 있어 동정표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지역 분위기도 “지켜 보겠다”는 관망층들이 유독 많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수원=송두영기자
dysong@hk.co.kr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 부산 울산 경남
부산권도 혼전 양상이 뚜렷하다. 부산ㆍ경남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약간의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노동계 파워가 막강한 울산에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는 한나라당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따낸 안상영(安相英) 현 시장과 민주당 후보로 내정된 한이헌(韓利憲ㆍ58) 전 청와대 경제수석간의 싸움이 됐다. 민주당은 ‘노풍’에 큰 기대를 걸고 한나라당의 벽을 뚫으려 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의 판세는 안 시장의 우세.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방문, 시장 후보 인선을 협의한 이후 오히려 ‘노풍’이 수그러들면서 조직력이 월등한 안 시장측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이다. 부산대의 한 교수는 “노풍의 지속여부가 한이헌 후보 당락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민주당이 인물난으로 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인 박맹우(朴孟雨) 울산시 전 건설교통국장과 민주노동당 후보인 송철호(宋哲鎬) 변호사간 접전이 예상된다. 최근 지역 신문의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도 박 후보 30.5%, 송 후보 30.3% 등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김혁규(金爀珪) 현 지사와 무소속 김두관(金斗官) 전 남해군수간 관록과 패기의 한판 대결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YS 측근으로 관선을 포함, 8년째 지사를 하고있는 김 지사가 앞서 있는 게 사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노무현 후보의 고향인 김해를 중심으로 ‘노풍’ 확산을 기대하며 김 전 군수 영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성사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부산=박상준기자
sjpark@hk.co.kr
목상균기자
sgmok@hk.co.kr
울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 대구 경북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문희갑(文熹甲) 현 시장의 한나라당 공천에 이은 3선 당선이 유력하던 대구시장 선거구도는 문 시장이 비자금 파문으로 낙마하면서 승부의 시계(視界)가 크게 흐려진 상태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한나라당 조해녕(曺海寧) 후보와 무소속 이재용(李在庸) 남구청장 등 2명. 여기에 문 시장이 구속되면서 박근혜(朴槿惠) 의원이 이끄는 ‘한국미래연합’이 이정무(李廷武) 전 건교부장관에게 관심을 쏟고 있고, 그 동안 두 차례 선거에서 문 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던 이의익(李義翊) 전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통해 2전3기를 도모할 태세다.
‘노풍’에 고무된 민주당도 어떤 형태로든 후보를 내기로 하고 인선을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하다.
대구 현지에서는 4~5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하는 다자 대결 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진 대형 비리사건과 고착화한 반 DJ정서를 감안할 때 한나라당 후보가 강세를 보이리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경북지사 선거에선 이의근(李義根) 현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합의 추대되면서 3선 고지에 가장 근접했다. 다른 정당에서는 자민련 박준홍(朴埈弘) 경북도지부장만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 지사는 1998년 경북지사선거 출마 당시 ‘3선 출마 포기’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 데다 임기 중 도청 이전 공약 등을 지키지 못한 점 등이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95년 지방선거 때 경북지사 후보로 나와 고배를 마셨던 박 지부장은 조직을 새로 정비하는 등 강한 승부욕을 보이고 있다.
대구=유명상기자
msyn@hk.co.kr
■ 광주 전남ㆍ북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에선 여전히 민주당 후보들이 초강세다. 따라서 이들이 낙선하는 이변이 벌어질 지가 관심사다. 이미 당내 경선을 통해, 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민주당 소속인 현역 광주시장과 전남ㆍ북 지사가 모두 물갈이됐다.
기초단체장 분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 전남 22곳 중 민주당 소속 21명의 현직 단체장 중 10명만 경선 관문을 통과했다.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던 나머지 11곳 중 3명의 기초단체장은 경선에서 탈락했고 나머지 8명은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여수시장은 전남에서 유일한 무소속이다.
호남 현지에서는 이를 두고 “유권자들의 단체장 교체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한다. 또 “DJ 임기 종료와 함께 호남 유권자들의 민주당 절대 지지 성향도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 여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지지세의 이완 분위기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마땅한 후보를 물색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광주시장 선거에는 후보 경선에서 고재유(高在維) 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이정일(李廷一) 전 서구청장이 민주당 후보로, 정동년(鄭東年) 전 남구청장과 정호선(鄭鎬宣) 전 의원, 민주노동당 박종현(朴鐘賢) 광산지구당위원장 등이 무소속 후보로 각각 나설 예정이다. 아무래도 민주당 후보가 유리한 상황.
전남지사 선거는 허경만(許京萬) 현 지사를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뽑힌 박태영(朴泰榮)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무소속인 송재구(宋在久) 전 전남부지사, 송하성(宋河星)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 간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박 전 장관의 상승세에 송 전 부지사와 송 전 심판관리관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전북지사 선거에는 민주당 강현욱(姜賢旭) 후보와 무소속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 손주항(孫周恒ㆍ69) 전 국회의원 등 3명이 출사표 던졌다. 지역 정서상 민주당 강 후보가 유리한 입장이지만 이 전 청장도 전북에 연고를 가진 최초 경찰총수였다는 이력 등을 내세워 만만찮게 도전하고 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 대전 충ㆍ남북
1998년 선거때처럼 자민련이 대전 충남ㆍ북 등 충청권을 모두 석권하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은 자민련에서 끌어들인 이원종(李元鐘) 후보를 앞세워 ‘충북 압승’을 장담하고 있다. 대전 및 충남에서도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을 발판으로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민주당은 뒤늦게 대전에만 후보를 냈다. 지방선거의 당락보다 대선 전략과 연계한 반 한나라당 정서 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성(守城)의 위치에 있는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반격에 인물론으로 맞서며 대전과 충남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자민련으로선 일부 지구당 조직까지 와해되는 등 위축세가 두드러진 충북에서의 세 확보가 부담스럽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에는 모두 60대인 자민련 후보가 3선에 도전한다. 대전의 홍선기(洪善基) 현 시장, 충남의 심대평(沈大平) 현 지사가 그들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대전 염홍철(廉弘喆) 전 시장, 충남 박태권(朴泰權) 전 지사로 각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자민련 현 단체장들의 연임에 따른 유권자들의 식상함에 초점을 맞춰 세대교체론을 띄우고있다. “관료출신 단체장 시대를 이제는 끝내자”며 유권자 저변의 ‘바꿔’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반면 자민련은 연임으로 검증 받은 홍 시장과 심 지사의 청렴성, 능력을 앞세워 인물 대결로 이끌고 있다. 특히 대전의 경우 5개 구청장 전원이 이번에도 자민련 소속으로 재출마하면서 단단한 조직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0대 여론주도층 사이에서 “차라리 현 단체장의 3선을 끝으로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루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시선을 모은다.
대전=최정복기자
cjb@hk.co.kr
■ 강원 제주
강원지사 선거전은 한나라당 김진선 현 지사와 민주당 남동우(南東佑) 전 부지사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한나라당은 “강원도의 전통적인 보수 성향과 김 지사가 4년 동안 다져온 현직 프리미엄, 그 동안의 업적 등을 감안하면 절대 우세”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강원도민이 30여년동안 받아온 ‘무대접 푸대접’을 종식시킨 장본인이 민주당인 만큼 또 다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노풍’과 남 후보의 참신성도 민주당이 기대를 거는 대목. 이번 선거도 영동(김 지사ㆍ동해 출신)ㆍ영서(남 전 부지사ㆍ춘천 출신)의 지역대결구도가 예상되는 가운데 원주권의 표심이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원주권은 ‘반(反)영동, 비(非)춘천’의 정서를 간직한 곳. 두 번의 지사 선거에서는 모두 영동이 승리했다.
제주지사 선거는 민주당 우근민(禹瑾敏) 현 지사와 한나라당 신구범(愼久範) 전 지사의 양자 대결구도로 굳혀진 지 오래. 우 지사의 ‘수성’과 신 전 지사의 ‘입성’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우 지사측은 “재정이 열악한 제주의 입장에서 중앙 예산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며 그 적임자는 우근민”이라고 주장한다.
민선 2기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축협중앙회장을 역임했고 지역에서는 플러스생활복지연구소 이사장으로 선거에 대비해 왔던 신 전 지사는 “선거 승리로 제주발전의 새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맞선다. 정책 대결과 함께 두 후보의 출신지를 중심으로 한 소(小)지역 대결 양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김재하기자
jaeha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