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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출판사도 이미지가 경쟁력

입력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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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가전제품이든, 자동차든 품질은 비슷해질 겁니다. 그러나 그때도 잘 팔리는 제품이 있고 안 팔리는 제품이 있겠지요. 그것을 결정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회사 이미지 아닐까요. 지금 제품을 잘못 만들면 그 이미지가 나쁜 영향을 미쳐 오랫동안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10년쯤 전에 기업체에 있던 사람이 전해준 말입니다. 나라와 기업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품질 차이보다는 한번 쌓아둔 이미지가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직원들을 독려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던 것 같았지만, 그 주장만은 틀리다 할 수 없었습니다.

유난히 고장 많은 제품을 만들던 한 대기업은 그 뒤 품질 개선을 많이 하고 총수가 직접 광고에까지 나섰는데도 한번 찍힌 낙인을 지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기자는 요즘 출판이야말로 이미지를 먹고 사는 산업임을 실감합니다. 어느 출판사는 책이 알차고 또 어느 회사는 조악하다는 평가가 출판가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기 때문이지요.

기자는 고정관념일 수 있고, 편견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책을 받아보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돈 많고 사람 많은 출판사가 경쟁력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겠지요.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자연ㆍ과학 관련 어린이 책과 교육책을 주로 내는 보리출판사는 규모도, 돈도 적지만 책이 알차기로 유명합니다.

간단한 어린이용 도감도 7~8년이나 걸려 직접 산과 강을 돌아다닌 끝에 만들었습니다. 작업이 90% 가까이 진행됐는데도 오류가 발견되면 즉시 수정을 가한다고 합니다.

제목과 머릿글만 그럴듯하지 내용이 미치지 못한 책을 내는 곳과는 확실히 비교됩니다.

이제 기자도 출판사의 이름을 보고 책에 대한 기본 신뢰를 보내거나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관계자는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며 “처음 출판을 하는 사람은 그만큼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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