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 이블린 폭스 켈러 지음20세기는 ‘유전자의 세기’라 할 정도로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2월 미국은 인간 유전자 서열의 초안을 발표했고 사람들은 생명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를 시간문제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유전자 연구가 결코 생명의 비밀을 풀어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 또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MIT 과학사ㆍ과학철학 교수로 저명한 학자인 이블린 폭스 켈러(66)가 쓴 ‘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는 유전자 연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한편 유전자 이외 새로운 방식의 연구가 있어야 생명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우선 유전자(DNA)라는 단어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상세히 살펴보면서 그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하고 달라졌는지를 생물학의 발전에 비춰보면서 비판적으로 논의한다.
그 같은 논의를 통해 저자는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을 이끈 핵심 개념이었던 유전자라는 용어가 이제는 생명 현상에 대한 우리 인식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는 염색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실체를 가리키는 반면 유전자는 무엇을 가리키는지조차 불분명한 용어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유전자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혁신적인 주장까지 은연중에 보여주려 하고 있다.
유전자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저자는 “유전자는 분명 생명 문제의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입장은 유전자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생명 문제에 대한 새로운 사유 방식, 새로운 개념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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