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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소녀의 일기서 숨쉬는 르누아르,모네,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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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소녀의 일기서 숨쉬는 르누아르,모네,드가…

입력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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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빛나는 색채의 나날들'/줄리 마네 지음‘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미술사조. 규칙에 구애되지 않고 화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느낀 인상에 따라 대상을 재현했다.’(미술사가 모리스 세쥘라즈)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가들이 인상주의 화가들일 것이다.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르누아르의 소녀 초상화나 모네의 ‘수련’, 드가의 ‘무희’ 등은 잘 알고 있다.

‘인상주의, 빛나는 색채의 나날들’은 인상주의 화가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소녀의 일기이다.

‘풀밭 위의 점심’ ‘올랭피아’로 유명한 에드와르 마네(1832~1883)의 조카이자, 인상주의 여류화가인 베르트 모리조(1841~1895)의 딸 줄리 마네(1878~1966)가 열 다섯부터 스물 한살 때까지 쓴 것이다.

줄리는 마네의 동생의 외동딸이지만 자식이 없었던 마네에게도 딸이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줄리는 큰 아버지나 엄마와 교류했던 당대 최고 예술가들의 각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일기는 그들과 만나면서 겪은 일과 느낀 점을 자세하게 적고 있다.

르누아르(1841~1919)와 시인 말라르메(1841~1898)는 자상했다.

르누아르는 “정물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을 빠르게 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흰색을 억누르지 말고 흰색을 둘러싼 명암의 정도에 의해서 흰색의 강도가 들뜨도록 해야 한다”며 줄리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르누아르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욕망도 있었다.

줄리가 17세에 부모를 잃자 말라르메는 대부처럼 그를 가까이서 보살펴 주었다.

성격이 괴팍한 드가(1834~1917)는 완성되지 않은 그림은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는데 줄리만은 작업실로 따로 불러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림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르누아르나 드가 모두 상당히 보수적이었고 드레퓌스사건때는 반유대인 입장을 취했다.

모네(1840~1926)의 불행한 가족사도 나온다. 모네의 부인은 기관지염으로 고생했고 딸은 전신 불구로 지내다 죽었다. 아들은 화학실험중 사고를 당해 겨우 실명을 면했다.

‘샤텐니에에서 라셀 생 클루에 이르는 대로’를 그린 시슬리(1839~1919)는 매우 폐쇄적인 성격으로 그려져 있다.

일기는 드레퓌스사건을 비롯, 러시아 황제의 파리 방문, 아프리카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대치한 파쇼다사건 등 19세기 말의 굵직굵직한 일들도 언급하고 있으며 1899년 그녀가 결혼하면서 끝이 난다.

이 책은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인상주의 화가들의 실제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다만 저자가 어린 탓에 관찰기로만 그치고 그들의 내밀한 심리는 그려지지 않아 아쉽다. 책에 담긴 그림 154장은 마치 인상파 전람회를 보여주는 듯 하다.

르누아르의 1910년 작 '폴 뒤랑 뤼엘.' 르누아르는 자신의 그림처럼 온화한 성격을 지녔지만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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