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인훈(66)씨가 장편소설 ‘화두’(전2권ㆍ 발행)를 개작 출간했다.1994년 3월 발간된 이 작품은 최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20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그 후 다시 침묵했던 그가 8년 만에 새 ‘화두’를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최씨는 이 작품에서 작가의 분신인 화자를 통해 한국전쟁을 겪었던 유년 시절과, 분단 문제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성찰, 창작을 재개하게 된 입장 등을 고백했다.
해방 이후부터 광주 항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사건들과, 독일 통일 등 세계사의 쟁점을 망라한 이 소설은 ‘한국어로 씌어진 세계사의 현관’으로 평가되면서, 평단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1960년 장편소설 좌ㆍ우 이데올로기의 암초에 걸린 지식인의 운명을 그린 장편소설 ‘광장’으로 현대소설사에 한 획을 그었던 작가가 20세기를 나름대로 정리한 작품이다.
민음사에서 나왔던 ‘화두’는 99년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출판 공백 상태로 있다가 이번에 판권이 옮겨져 발간됐다.
최씨는 새롭게 펴낸 ‘화두’를 ‘21세기판’이라고 부른다. 한자어를 토박이말로 바꾸고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문장을 다듬는 한편 장(章)을 새롭게 구분하는 등 900여 곳을 손질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21세기의 독자에게’라는 제목을 단 서문.
“사람은 한 번밖에 살 수 없어서 슬프다”로 시작되는 서문에서 그는 ‘기억’을 강조한다.
“선행한 자기를 자기라고 붙들 수 있는 의식의 힘, 즉 기억은 생명이고 부활이고 윤회”라면서 예술적 화두로서의 기억을 던져놓는다.
“예술은 약속에 의해서 기억의 엄청난 증폭과 초월이 허락되는 ‘기억 놀이’다. 예술 속에서는 개인은 생애를 몇 번씩이나 부활할 수 있고 윤회할 수 있다.”
최씨는 ‘화두’를 개작 출간하는 것도 기억 때문이라고 암시한다. “문장의 작성자에게는 퇴고라는 작업방식은 그의 직업상의 부활이요 윤회다. 자기의 직업적 전생을 그때마다 다시 산다.”
개작판은 1부 6장의 미국에 대한 단상 중 시 한편이 새롭게 삽입됐고, 2부 1장 중 문학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기술한 부분에서는 한 단락이 보충했다.
김종회 경희대 교수가 ‘최인훈, 문학적 연대기’을 썼고, 최인훈 문학 연구현황(1960~2001년) 목록도 실렸다.
제정(祭政)이 분리되면서 제(祭)는 종교적 상징주의, 정치적 이상주의, 유희적 장식주의로 분화하고 문학도 이 분화를 따르게 된다고 최씨는 말한다.
“문학의 해부는 제정일치 사회의 해부를 위한 열쇠다. 이 스펙트럼에서 저항자들이 선택하는 파장(波長)은 정치적 이상주의라는 부분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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