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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타까운 장애인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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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타까운 장애인들의 죽음

입력
200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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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새벽 부여의 장애인 수용시설에 불이 나 장애인을 포함한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신ㆍ지체 장애인 19명을 보살피며 살아온 목사도 함께 숨졌다. 화재가 난 임마누엘복음수양관은 폐교를 빌려 사용해온 미신고시설이었다.요건을 갖추지 못한 미신고시설은 당연히 당국의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 석유보일러를 가동할 돈이 없어 나무보일러로 바꿨고, 이 보일러를 피워 놓은 채 잠자다 화재가 났으니 사고의 원인(遠因)은 돈인 셈이다.

교실 6개를 식당과 창고 수용실 등으로 개조한 곳에는 비상시의 대피시설이 없었다. 심신이 온전치 못한 장애인들을 보호하면서 안전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시설을 운영해온 목사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다. 그는 부인이 암으로 투병중인데도 혼자서 장애인들을 돌봐왔고, 불이 나자 장애인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평소 주민들로부터 헌신적인 봉사자라는 칭찬을 받아 온 그의 죽음은 의사(義死)였다.

이웃과 행정당국이 좀더 그의 장애인사랑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경제적 지원이 없는 시설에는 당국의 지도ㆍ감독도 있을 수 없지만, 모든 장애인시설의 시작은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시설을 두루 갖추고 출발하는 곳은 거의 없다. 또 신고시설이라 해도 화재는 날 수 있으며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위험은 얼마든지 있다. 불우한 이웃들을 보살펴 주는 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무신경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을 위해 살아 온 한 목사의 죽음이 아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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