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36) 코리아픽쳐스대표는 별명이 많다. ‘스머프 마을’이라고 부르는 회사에서는 파파 스머프, 약속이 많아 그의 이름을 변주해 붙인 ‘동분서주’.별명처럼 그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5월이면 코리아픽쳐스 법인 설립 3주년. 지난해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외화 '드리븐’ ‘트래픽’ 등으로 1,500만명의 관객을 모아 배급영화의 관객동원률 1위를 기록하며 법인 투자가들에게는 원금의 300%를 돌려주었다. 엄청난 성과다. 그러나 김동주(36)대표는 여전히 “씨네마서비스나 CJ엔터테인먼트와는 뛰는 조(組)가 다르다”며 예의 ‘마이너 리그 1등’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코리아픽쳐스의 행보는 결코 ‘마이너’가 아니다. 영화 뿐 아니라, 공연에 ‘큰 손’이 됐다. 장기 공연중인 뮤지컬 ‘오페라 유령’에만 1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3월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 ‘친구’가 영화시장을 키우는데 기여했듯, ‘오페라 유령’도 국산뮤지컬을 보지 않았던 관람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물론 공연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고 나면 저예산영화나 연극도 회생의 길이 열린다.”
영화판, 영화계, 영화산업으로 용어가 변하듯 뮤지컬, 연극도 ‘예측가능한’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코리아픽쳐스의 올해 투자금은 400억원 규모로 한국 영화, 외화, 공연에 각각 4:3:3의 비율로 투자한다. 올해 한국영화는 ‘일단 뛰어’(10일 개봉), ‘챔피언’(6월28일 개봉) ‘연애소설’(8월15일 개봉), ‘굳세어라 금순아’(9월18일 개봉), ‘해안선’(10월30일 개봉), ‘밑줄 긋는 남자’(12월중 개봉)에 투자했고 앞으로 2, 3편을 더 예정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와 씨네마서비스가 소위 ‘자기 식구’ 영화사들과 지속적인 투자 제작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코리아픽쳐스는 철저히 프로젝트로 만난다.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제작사와 투자사가 만나야 최고의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외화는 이탈리아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장이무 감독의 ‘히어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갱스 오브 뉴욕’이 개봉 대기중.
뮤지컬 투자도 이어진다. 세종문화회관 주차장에 특설무대를 만들어 천장에서 배우들이 떨어지는 ‘델 라 구아다(수호천사)’는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의 인기 퍼포먼스로 25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7월15일 개막한다. 뮤지컬 ‘갬블러’와 ‘유린 타운’ ‘친구’도 연내 선보인다. “한국영화 60편중 손해 안보는 영화는 일년에 15편 정도밖에 안된다. 투자자는 대박 영화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실패할 영화를 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에 몸담은지 13년 동안 한국영화 위기설이 없던 적이 없다. 잘되면 거품론, 안되면 공멸론. 작품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지난해 극단적인 흥행 양극화 현상이 올해는 해소되는 분위기다. 작품성은 좋아지고, 멀티플렉스 늘어나는데. 당분간 안될 이유가 없다.”
91년 경희대 무역학과 졸업 후 폭스코리아, 익영영화사, 일신창투를 거치며 월급쟁이의 꿈인 빨리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었던 힘은 뭘까. “직배사에 있으며 한국 영화사를 기웃거렸고, 영화사에 근무하면서는 투자사에 관심이 갔다. ‘기웃거림’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장동건이 김기덕감독의 저예산영화 ‘해안선’에 출연하는데 중매를 섰을 만큼 의리가 약한 충무로에서 인맥관리도 뛰어난 투자사 대표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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