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었다." "총장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8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 학교 고위 관계자가 김정배(金貞培) 총장의 소득세와 주민세를 학교에서 대납해왔다는 사실을 이렇게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는 다른 대학과 달리 총장 공관이 없어 이를 보전해주는 차원에서 학교에서 총장세금을 관행적으로 대납해왔다"고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대납세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총장의 1년 업무추진비 6,400만원에서 지출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심히 억울하다는 투로 "이 문제가 왜 터져 나왔는지 뻔하지 않느냐"며 최근 재임된 김 총장을 반대하는 그룹에 화살을 돌렸다.
얘기를 듣는 동안 내내 지난 달 11일 김 총장과의 만남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그 날의 주 화제는 이기준(李基俊) 전 서울대 총장의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문제였다.
당시 김 총장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이 전 총장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따져보자. 총장의 업무 추진비란 것도 결국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조성된 것이다.
그리고 업무 추진비란게 뭔가. 총장이 대내외적인 공식 업무를 수행할 때 드는 경비다.
업무추진비 6,400만원 중 2,000여 만원을 세금으로 냈다면 김 총장이 정작 대외활동은 어떻게 했는지도 의문이다.
두 총장의 행태에는 확실히 닮은 꼴의 도덕불감증이 깔려 있다.
자신 명의로 사외이사 겸직금지 공문을 보내고도 사외이사를 하며 돈을 받은 이 전 총장. 학생들 등록금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아야한다고 말하면서도 등록금으로 자신의 세금을 낸 김 총장. 명실공히 이 나라 최고지성을 키운다는 이들 명문대 총장의 "몰랐다"는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기수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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