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맹이는 뜨고, 가랑잎은 가라앉는다.” ‘담뱃값’ 정도로 손쉽게 살 수 있는 부실 저가주의 유혹을 경계하는 증시 격언이다. 기업 내용이 탄탄하고 묵직한 주식이 오히려 오르고, 가볍고 부실한 기업은 역시 더디기 마련. 하지만 최근 증시가 지루한 조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저가주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문제아’들에 매기가 옮겨가는 틈새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대세 상승기에 주눅들었던 관리종목들이 연일 급등세를 타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종목들이 구조조정 성과를 토대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은 투기적 낌새가 많지만 대구백화점ㆍ동신제약ㆍ대한통운 등 건실한 ‘대박’ 도 나왔다.
특히 올들어 상장폐지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상당수 부실기업들이 증시에서 이미 퇴출됐고, 경기호전으로 구조조정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서 턴어라운드(turn-aroundㆍ실적호전) 기업도 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워크아웃 기업과 관리종목 중에서 될성부른 알짜주를 고를 수 있을까.
▦재료에 숨은 속내 들여다보라 우선 싸다고 무조건 덤비는 것은 금물. 관리종목과 워크아웃 기업일수록 ‘워크아웃 졸업 예정’‘관리종목 탈피’‘인수합병’ 등 귀에 솔깃한 재료를 내세워 손님을 유혹한다. 대부분 ‘꾼’들이 꾀차고 있는 이들 주식에 달려들다가는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따라서 근거가 불확실한 재료 자체 보다 경영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대부분의 부실기업에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자금이 들어가 있기 마련. 이 경우 자본잠식 탈피 등 재무구조 개선과정에서 감자 등 주주의 희생을 요구하게 돼 매매거래가 재개된 후에는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워크아웃 추진이 지속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워크아웃이 추진되는지를 점검한 후에 매매해야 한다. 인수합병(M&A)이나 자산매각 등의 뉴스는 그야말로 단기매매 재료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현재 거래소 시장에서는 94개(우선주 제외) 회사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으며 22개 워크아웃 기업가운데 15개사가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ㆍ등록돼 있다.
▦영업이익을 살펴라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 여부도 꼭 살펴야 한다. 워크아웃을 졸업하거나 관리종목에서 탈피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서는 안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조오규 책임연구원은 “구조조정과정에서 우량자산 매각 등으로 캐시카우(현금창출 수익원)를 잃어버렸거나 영업활동이 부진한 기업은 피해야 한다”며 “워크아웃을 통해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영업활동 개선 폭이 크지 않은 기업은 주가흐름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컴퓨터와 대구백화점 등은 워크아웃 탈피 후 영업호조로 탄력적 주가흐름을 보인 반면 동양물산 벽산 동양철관 한창제지 세신 등은 단기적 주가 등락은 있었지만 추세적 상승을 보여주지 못했다. 삼양광학과 동신제약처럼 지난해 관리종목에서 탈피하고도 올 들어서야 주가가 제값을 받는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워크아웃 기업가운데 쌍용차 대우건설 충남방적 등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고합 신호제지 남선알미늄 등은 흑자로 돌아섰다.
워크아웃과 관리종목 중에선 일부 유통업체와 내수업체를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부품소재와 소비재,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주가가 좋다. 특히 세양선박 삼익악기 삼광유리 대한통운 등은 영업이익 측면에서 정상기업 수준으로 평가된다.
▦관리종목 탈피 급증 기업구조조정이 활성화하면서 관리상태를 탈피하는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1998년 4개사만 관리종목 지정사유를 해소하는 등 2000년까지만 해도 한자리수에 머물던 관리탈피 기업 수는 지난해 23개로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 4월 말까지 21개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자본잠식 등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관리종목들이 CRC등 민간자본 유입과 채권단 지원 등을 통해 활발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관리탈피 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동양증권 조 연구원은 “관리종목은 상장폐지로 퇴출되거나 관리상태를 탈피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며 “관리탈피 기업도 단기적으로 감자나 출자전환 등에 따른 매도물량 증가 등 수급부담이 생기는 만큼 수익성 점검을 거친 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접근하라”고 권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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