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모습을 스페인 특유의 열정적인 기질과 유머로 그려온 ‘하몽 하몽’ ‘룰루’의 비가스 루나(56) 감독.‘마르티나’(원제 Son de Mar)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매력적인 주인공 여성, 그녀의 도발적인 모습과 위험한 선택, 그로 인한 파멸이 아름다운 지중해 바닷가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도입부부터 바다에 떠 있는 한 남자의 시체로 비극은 암시된다. 해피엔드인 그리스 신화의 율리시즈 이야기를 비틀었다.
하숙집 여자 마르티나(레오노르 발팅)와 고등학교 새 국어교사로 부임한 우리시즈(조르디 몰라).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여자와 그리스 신화를 읊조리는 우울한 남자는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건설회사 사장인 시에라(에두아르드 페르난데즈)의 구혼을 거절하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한 교사인 우리시즈와 결혼하는 마르티나. 현실적 풍요보다 사랑의 운명과 열정을 선택했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가 버릇처럼 읊조리는, 여자를 열정으로 빠져들게 했던 ‘조용한 바다 밑에서 두 마리 뱀이 다리와 가슴을 꽉 조이고 있어 그 매듭을 풀려 안간힘을 다하지만’ 끝내 가라앉고 마는 운명이었다.
아이까지 낳고, 열정도 사그러들 쯤, 바다로 낚시를 간 우리시즈가 폭풍우를 만나 실종되자 시에라와 재혼해 화려하게 사는 마르티나.
그러나 죽었다고 믿었던 남편이 7년 만에 돌아오자 시에라 몰래 옛 남편과 다시 열정을 불태운다.
‘마르티나’는 다분히 통속적이다. 한 여자와 그녀를 좋아하는 두 남자의 삼각관계, 경제적 조건과 사랑의 열정을 상징하는 두 인물의 대비, 사랑을 선택하는 여자로 인해 빚어지는 복수와 비극이 가슴을 파고든다.
이런 치정극을 통해 루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선악의 구분이 아니다.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열정에 빠져드는 마르티나와 우리시즈도, 여자의 배신을 잔인한 복수로 갚는 시에라도 결국은 사랑의 희생자들이다. 사랑 때문에 희생자가 된 이들에 대한 연민이 가득 묻어나는 영화다. 10일 개봉. 18세 관람가.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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