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스와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실제로 시승을 해보기는 처음이지만 말이다.첫 만남은 지난 해 10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다. 당시 칼로스는 형태만 있던 ‘쇼카(Show-Car)’ 수준이었다. 당시 칼로스 첫 인상은 ‘신비함’이었다. 유리창도 완전 코팅되어 있었고 관계자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재기자임을 앞세워 차에 접근해 살펴보니 신비감은 허탈감으로 변했다. 차체가 철이 아니라 나무였다. 더구나 유리창을 짙게 코팅한 이유도 알고 보니 내부가 텅 비어 있다는 비밀(?)을 가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3개월 뒤, 지난 1월 2002 북미 국제모터쇼에서 칼로스를 다시 만났다. 외양은 그럴싸했다. 모두들 “뜨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은 나에겐 기대가 컸음을 또다시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내부는 ‘아니올시다’였기 때문이다.
다시 3개월이 흘렀다. 지난 6일 칼로스를 다시 만났다. 두 번의 실망감이 있었기에 기대를 갖지 않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다가설수록 나도 모르게 ‘엇! 엇!’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분명 지난 1월 봤던 모델인데 어딘지 모르게 달랐다. 승용차와 레저용차량(RV)을 합쳐놓은 외양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 순간 놀라움이 앞섰다. 전혀 들리지 않는 엔진소리. 분명 시동을 걸었는데도 차내에 흐르는 것은 정적 뿐이었다. 시끄러운 차라는 기존 대우차 이미지가 완전히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내부 구조도 소형차 같지 않았다. 넓은 RV를 탄 기분이었다. 널찍한 데쉬보드와 깔끔한 원형 계기판도 눈에 확 들어왔다. 국산차에서 찾아볼 수 없던 깔끔함이다. 운전자용 접이식 팔걸이와 조수석의 덮개형 수납함과 수납용 포켓 등 탑승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도 엿보였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차는 마치 물위를 스치듯 미끄러졌다. 파워와 연비, 저소음 3박자를 갖춰다는 고성능 ‘E-테크Ⅱ’ 엔진의 위력이 페달을 통해 발 밑으로 그대로 전해졌다. 자유로에 접어 들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순간 가속력이 뛰어났다. 200㎙를 주파하는데 11.8초(오토기준ㆍ라노스 동급 13.0초) 걸린다는 회사측의 설명이 거짓이 아니었다. 코너링도 칭찬해줄 만하다. 새차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어 조작이 다소 빡빡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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