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서부터 피끓는 좌파에 이르기까지,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해서는 제3세계가 겪는 빈곤과 문맹 같은 테러의 근본 원인에 맞서야 한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존재한다.그러나 지혜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종종 구태의연함으로 귀착되듯 위와 같은 공감대는 틀린 생각이다.
오히려 빈곤을 조장하고 전세계의 대학을 폭격하는 것이 테러와 맞서는 더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최근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주최의 테러리즘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빈곤 문제나 증오를 가르치는 교육 또는 문맹이 테러범을 키운다는 테러의 근본 원인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 대학원 그레이엄 앨리슨 박사는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인용되고 있는 테러의 근본 원인은 사실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빈곤은 흔히 테러의 주 원인으로 거론된다. 3월 부시 대통령이 "우리가 빈곤에 맞서야 하는 이유는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테러의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해외 원조 확대 방침을 천명했을 때 민주당까지 합세해 지지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다시피 오사마 빈 라덴은 갑부다. 9ㆍ11 여객기 납치범의 대부분은 특권층 출신이었다.
스페인의 ETA나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 일본의 옴 진리교, 아일랜드의 IRA, 오클라호마 미 연방건물 폭파범 티모시 맥베이를 봐도 그들은 제3세계의 빈곤보다는 오히려 중산층의 소외를 연상시킨다.
물론 국제적으로 빈곤은 여전히 테러의 간접적 토양이 되고 있다. 빈곤으로 무너진 국가가 결국 테러범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가 아프가니스탄 같은 테러 기지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대외 원조는 테러 저지를 위한 훌륭한 투자가 될 것이다.
교육은 언뜻 폭력 성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크뤼거 박사와 찰스 대학의 짓카 말렉코바 박사는 최근 논문을 통해 테러 가담과 빈곤 및 문맹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 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예로 든 레바논의 헤즈볼라 대원들은 일반 대중에 비해 오히려 부유하게 자랐으며 더 나은 교육을 받았다.
이들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역시 비슷하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더욱 폭력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테러리즘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세가지 요소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첫째, 굴욕감이다.
전세계 테러범들과 인터뷰했던 한 하버드대생은 "이 단어가 테러 조직이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은 모집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동 같은 지역에서 테러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대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요없이 굴욕감을 주고 있는 보안 시설을 철거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경제적 고립이다.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로렌스는 "북한 이란 이라크 시리아 사우디 아라비아 정도를 제외한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임을 지적했다.
이는 교역 활성화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미국의 대외 정책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미군 기지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권리 제한 등 미국의 대외 정책이 테러범에게 일정부분 동기를 부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데니스 로스 전 미국 중동 대사는 "우리가 하나의 평화협상 타결에 성공한다 해도 추가 테러 공격이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테러는 언제쯤 우리 곁에서 사라질 것인가? 퍼즐과도 같은 질문이다.
앞으로 테러와 맞서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마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지 모른다. 교역을 확대하고 가난이나 문맹보다 어쩌면 훨씬 폭발적일지 모를 굴욕감 제거를 위해 싸우는 것 말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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